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차동형 울산테크노파크 원장

지역 산업의 혁신을 통한 활성화는 국가가 당면한 최대 현안과제이다. 경제의 저성장 기조 속에서 수도권은 그나마 활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역은 갈수록 침체하고 있다. 지역 산업의 혁신성장을 나타내는 지표로 여러가지가 있지만 코스닥(KOSDAQ) 상장기업 수가 나름의 의미가 있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 대부분이 신기술로 창업하여 성장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현재 코스닥 상장기업 수는 약 1470개사인데 울산지역 기업 수는 10개사로 전체 대비 0.7%에 불과하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508개사, 경기 492개사, 충남 63개사 등으로 울산은 최하위 수준이다. 인근 지역인 경남 49개사, 부산 38개사, 대구 34개사 등에 비해서도 현저하게 낮다. 현재 수도권 경제가 활력을 유지하는 것은 신기술 창업이 활발하고 코스닥 상장을 통해 기업이 성장하는 선순환적인 생태계가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기술기반으로 창업을 해서 기업의 성장 속도도 빠르고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많은 사람이 울산 주력산업이 쇠퇴하고 일자리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울산 산업이 대기업 중심의 하청 생산구조에 큰 원인이 있지만, 새로운 기술창업이 부진한 데도 원인이 크다. 과거 5년간 울산지역 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것이 2개사에 불과하다. 수도권에는 서울 128개사, 경기도 103개사가 상장된 것을 보면 울산과 큰 대조를 이룬다. 코스닥 상장기업이 대부분 IT, 바이오, 콘텐츠 산업임을 볼 때 울산은 신기술의 물결(New Technology Wave)에 비켜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최근 울산 지역도 기술창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울산대학교 등 지역대학과 중소기업의 R&D를 기반으로 한 기술창업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제2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2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UNIST 교수가 창업한 기업이 최근 공장을 증설하고 고용을 늘리고 있다. 그동안 울산시가 전략적으로 투자해온 게놈연구기업이 기술사업화가 진전되어 최근 코스닥시장에 상장하였다. 울산 산업의 제조 공정에 IT를 결합한 스마트 팩토리 또는 디지털 트윈 기술 기반의 창업 기업도 성장하고 있다. 기술창업에는 대학이 큰 역할을 하는데 그간 대학과 기업이 협력해 온 결과물이 하나씩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대기업이 투자를 늘린다고 해서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술창업기업이 많아야 지역산업이 혁신되고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울산은 자동차, 조선, 화학 등 주력산업과 연계한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자동차, 조선 등 모빌리티 산업의 IT화와 친환경화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화학도 고기능성 첨단소재 개발이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수소, 해상풍력 등 신에너지 분야도 산업의 초기단계로 기술창업의 가능성이 높다. 제조공정을 스마트화하는 산업 IT 분야, 신에너지와 2차전지, 나노 등 정밀화학 분야가 미래 울산을 이끌어 갈 기술창업 분야이다. 앞으로 울산 산업은 대기업 중심의 성숙된 주력산업을 보완할 신기술 분야에 많은 기술창업기업이 나타나야 미래가 있다. 기술창업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울산지역을 대표하는 현대, SK 등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브랜드 기업이 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차동형 울산테크노파크 원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