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울산대 객원교수·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내 나라 내 기쁨 길이 쉴 곳도/ 꽃 피고 새 우는 집 내 집뿐이리/ 오 사랑 나의 집 즐거운 나의 벗 내 집뿐이리.’

누구나 흥얼거릴 정도로 친숙한 이 노래는 영국의 작곡가로 헨리 비숍(Henry Rowley Bishop 1786~1855)의 곡이다.

오페라 작곡가로 데뷔한 비숍은 1810년부터 영국 코벤트가든극장의 작곡가 겸 음악 감독으로 일하기 시작하여 약관 27세에 영국필하모니협회의 지휘자가 됐다. 출중한 음악활동으로 45세에 영국 에든버러음악원 교수가 되었고 영국귀족으로 추대되는 영광의 자리에 올랐다. 1848년에 옥스퍼드 대학의 교수가 되었으며 음악 박사 학위를 받았다.

비숍은 평생 1107편의 오페라를 무대에 올렸다. 그의 많은 오페라 중에서 <클라리, 밀라노의 아가씨(Clari, or the Maid of Milan)>에 나오는 노래가 바로 <Home Sweet Home>이다. 이 노래는 미국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때 강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던 북부군 진지에서 군인을 위로하기 위해 열린 음악회에서 불렸다. 강 건너편의 남부군들까지 따라 부르며 가정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자 남·북군 모두의 조국인 미국사랑 분위기가 조성되어 더 이상 싸우지 않고 희생자가 없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남북전쟁 당시 금지곡이 될 정도로 군인들에게 향수병을 일으킨 곡이기도 하다.

1883년 미국의 대통령과 주요 인사들이 유해 봉환식에 전부 나온 일이 있다. 31년 전 알제리에서 사망한 미국인의 유해가 미국으로 돌아오는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그 유해의 주인공이 바로 이 가사를 쓴 미국의 존 하워드 페인(John Howard Payne 1791~1852)이다. 페인은 미국의 극작가이며 배우였다. 31년이 지났음에도 미국인들이 그를 기억하고 유해를 미국으로 안치한 이유는 이 노래의 작사가이면서 더불어 미국인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설에도 고향을 다녀오지 못한 우리 국민들이 많다. 이 노래를 들으며 잠시라도 향수를 달랬으면 하는 바람이다. 구천 울산대 객원교수·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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