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이 용인돼서는 안 되겠지만 예민한 청소년기에 학교폭력을 당하게 되면 그 고통이 일생 내내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더욱 엄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 잇따르고 있는 학교폭력 폭로는 세월이 결코 치유방법이 될 수 없음을 여실히 증명한다. 프로배구계에서 시작된 학교폭력 폭로는 프로야구와 연예계로 일파만파 번지면서 ‘2018년 미투’와 비슷한 양상이 되어가고 있다. TV 등을 통해 가해자가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울분이 되살아난 것이다. 많은 피해자들이 수십년씩 지난 일임에도 생생하게 기억을 떠올리며 피해구제를 요청하기도 한다. 피해를 제때 적절한 방식으로 해결하지 못한 탓이다.
사회문제로 삼아야 할 만큼 예상 밖으로 피해자가 많다는 것도 학교폭력의 심각한 문제다. 교육부가 2019년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까지 372만 명에게 학교폭력 경험을 물었더니 무려 6만 명이 고통을 토로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수업이 많아진 최근에는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폭력도 늘고 있다고 한다.
학교폭력에 대해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아이들의 단순한 싸움’이라고 가벼이 여기거나 ‘아이들은 싸우면 자란다’라고 생각할 일이 결코 아니다. 예상 밖으로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폭력들이 학생들 사이에서 행해지고 있다.
이번 울산에서 발생한 사건도 피해자의 주장대로 머리카락을 태우거나 손등을 지지는 등의 과격한 폭행이라면 절대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될 일이다. 엄중한 처벌이 뒤따른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피해자에게 평생 고통을 안기는 무서운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 교육청이나 학교는 학교폭력에 대해 예방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 비폭력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