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전 뼈가 부러진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정도의 활약이었다.

 그러나 한국청소년축구대표팀 최고참 최성국(울산)의 투혼도 도저히 현실로 받아들이기 힘든 일본의 골든골 앞에서 빛을 잃고 말았다.

 최성국은 전반 38분 감각적인 오른 발끝 터치로 차올린 논스톱 슛이 포물선을그리며 네트로 꽂히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유니폼 상의를 벗어 제쳤다.

 흰 언더셔츠 아래에는 「가자 4강으로」라고 쓴 글귀가 보였다.

 박성화호 태극전사 21명 중 83년 2월생으로 가장 생일이 빠르고 한 학년이 높아군기반장과 맏형 역할을 맡은 최성국은 한밤 숙소에서 「집합」을 걸어 결의를 다지는가 하면 한일전을 앞두고 갑자기 머리를 온통 빨갛게 물들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는 8일 한일전이 열린 아부다비 알-나얀 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내 왼팔에 주장 완장을 차고 거침없는 플레이로 일본 수비진을 농락했다.

 조별리그 2, 3차전에서 무기력한 플레이로 일관했던 박성화호는 최성국이 들어가자 마치 터보 엔진을 장착한 듯 했고 초반부터 일본의 기세를 꺾기 시작했다.

 투톱 스트라이커의 한축으로 나선 최성국이 상대 진영을 마구 휘젓기 시작하자오른쪽 날개 이종민(수원)의 스피드도 덩달아 살아났다.

 조별리그 첫 경기 독일전에서 쐐기골을 뽑은 이종민은 측면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찬스를 엿보더니 일본 수비수들의 등 뒤를 파고드는 한 박자 빠른 어시스트로 최성국과 함께 선제골을 합작해냈다.

 최성국은 그러나 후반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슛을 날리는바람에 추가골 찬스를 놓쳤고 결국 동점골을 내준 뒤 4분 만에 정조국(안양)과 교체됐다.

 박성화 감독은 『성국이 개인기라면 한두발짝 더 밀고 들어갔으면 추가골을 넣을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최성국은 경기가 끝난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다른 태극전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박성화호 태극전사들은 본부석 반대편에서 열렬한 응원을 펼친 500여명의 교민들에게 인사를 올리고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연장 혈투 끝에 일본에 진 게 너무 분해 모두 눈물을 훔쳤고 「들어가는 볼도 쳐내겠다」며 각오를 다졌던 김영광은 골키퍼로서는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었지만 실점을 자책하듯 잔디에 얼굴을 파묻고 울부짖었다. /연합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