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2동 소실된 울주 화창마을

녹지서 준공업지역 바뀌면서

소방도로 등 기반시설 태부족

공단 악취 등 주거환경도 열악

주민들 집단이주 등 대책 요구

▲ 지난 23일 화재가 발생한 울주군 청량읍 화창마을 인근.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한 좁은 골목길 내에 주택이 들어서 있다.
#지난 23일 오전 11시25분께 울산 울주군 청량읍 화창마을의 한 주택에서 불이 나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42분 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건물 2동이 소실돼 소방 추산 40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고, 80대 노인이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24일 찾은 화창마을 화재 현장. 좁은 골목길을 지나 들어선 건물 2채는 내부가 불에 타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고, 바닥에는 진화 당시 깨진 유리창이 널려 있었다. 현장에 있던 주민들은 소방도로가 없어 화재가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불이 난 주택은 마을 주도로에서 약 80m 떨어진 골목길 사이에 위치해 있다. 골목길 폭이 3m 남짓에 불과해 소방차가 진입하기 불가능한 곳이다. 이날 화재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지휘차와 펌프차, 구급차 등 총 15대를 현장에 출동시켰지만 화재 현장에서 직접 진압하지 못하고 소방호스를 연결해 불을 껐다.

화재를 초기에 목격한 주민은 “화재가 주방 쪽에서 시작됐는데, 뒤로 번질 정도는 아니었다”며 “소방차가 출동했지만 들어오지 못해 진화를 준비하는 동안 옆집으로 번졌는데, 만약 소방도로가 있었다면 더 빨리 불을 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부락인 화창마을 중심부는 자연녹지에서 준공업지역으로 지정 변경된 후 소방도로 등 도시 기반시설이 확충되지 않은 채 각종 공장만 난립하는 곳이다. 주도로와 이어진 거미줄 같은 골목길 사이에 주택이 빼곡히 들어서 자칫 불이 날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이날 주민 이순철씨와 김성호씨가 위험을 무릅쓰고 불이 난 주택에 있던 지체장애 노인을 구조하지 않았다면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소방당국도 화창마을의 소방도로 개설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소방도로가 없을 경우 소방차에서 호스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린다. 신속한 진화를 위해 소방도로는 꼭 필요하다”며 “주민들이 이전부터 소방도로 개설을 원했는데 일리 있는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인근 석유화학공단 악취와 공장의 잇단 건축 등 열악한 환경에 노출된 주민들은 소방도로 개설이 어려울 경우 준공업지역을 해제하거나 집단 이주를 추진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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