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중국에서 돈의 위력은 그만큼 대단하다. 찜통 더위, 혹한의 추위를 견디며 길게 줄을 서서 열차를 기다려야 하는 기차역에서도 인민폐 5원 내지 10원이면 냉·난방이 되는 편안한 의자에 앉아 기다릴 수 있고, 남들보다 먼저 열차에 승차할 수 있는 특권도 누릴 수 있다. 입학 점수에 비해 다소 부족한 점수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부족한 점수에 비례하여 돈만 주면 원하는 학교에 입학을 할 수도 있다. 중국에서 돈의 힘은 우리보다 더 크다는 생각이 든다.

 돈의 위력이 이처럼 대단하다 보니 돈을 버는 재주도 기가 막히지만 돈을 쓰는 재주도 감탄을 자아낸다. 2년 전 필자가 경영하는 회사가 주관하여 중국 장춘시의 경제대표단 40여명이 방한, 한국과의 경제협력 상담회를 개최했을 때의 일이다. 충분치 못한 예산 규모였기에 숙식과 행사장소를 결정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필자는 부족한 예산을 감안하여 숙박을 특급보다는 1급 호텔로, 식사도 호텔 뷔페보다는 대중식당을 권했고, 행사장소도 호텔보다는 상공회의소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강당을 무상 임대할 것을 권했다.

 여러 번의 가격협상과 논의를 거듭한 끝에, 그들은 숙식과 행사 장소를 최고급의 서울 롯데호텔과 울산 현대호텔로 정했다. 결코 한국으로부터 돈을 구하기 위해 이런 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대등한 입장에서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모색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하며 돈이 들더라도 당당한 중국인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눈치였다. 그러나 공식적인 행사를 끝내고 찾은 제주도에서는 저렴한 관광호텔과 대중식당을 이용하였다. 자기들만의 시간이니 체면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상황을 고려하여 돈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지혜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외적인 체면을 앞세우되 실속을 챙기는 중국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사례는 많다. 필자는 장춘시의 초청으로 1월 초에 겨울빙설축제에 참가한 바 있다. 해외 귀빈으로 초청 받은 450여명의 사람들 대부분은 대만과 홍콩계 화교인들이었고, 미국과 캐나다, 독일 등 서구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우선은 초청한 사람들에 대한 예우가 파격적이었다. 장춘 최고의 호텔에서 숙식 제공은 물론이고 최고급의 방한복과 방한화를 무상으로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잇따른 초대연회와 공연으로 이방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고, 4박5일 동안 줄곧 차량을 제공하여 창춘의 아름다운 겨울풍경을 아무런 비용부담 없이 마음껏 느끼고 즐기게 했다.

 물론 행사의 이면에는 관광특구 개발프로젝트에 대한 참여 및 관광객 유치라는 목적이 있었겠지만, 초청받은 사람들은 모두가 창춘시 정부의 열렬한 환대에 깊은 감명을 받아 스스로 장춘시의 홍보대사가 되겠다고 나섰다. 이 행사를 위해 그들이 사용한 돈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필자는 그 몇십배 아니 그 몇백배의 경제적 효과를 얻었으리라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중국사람은 돈이 없다고 생각하며 무시하는 사람이 드러 있다. 또 중국인들의 호주머니는 블랙홀과 같아서 일단 돈이 들어가면 쉽게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중국의 경제시스템은 불안해서 언젠가는 붕괴하고 말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부자는 오히려 중국에 더 많다는 생각이다. 또 높은 경제성장율과 빠른 사회변화로 인해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는 우리보다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돈을 쓰되 제대로 쓸 줄 아는 지혜를 가지고 있고 수중의 돈을 미래의 기대가치와 바꿀 수 있는 안목도 가지고 있다. 중국의 경제시스템이 불안하다는 생각은 기우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가 생각하는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그동안의 고정관념을 변화하는 오늘의 중국에 맞게 새롭게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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