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현주 경제부 기자

지난해 울산의 합계출산율은 0.99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취업난, 양극화 등 저출산 원인은 복합적이어서 해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수많은 출산장려 정책이 시행됐지만 효과가 전무했다. 이는 과거 대책이 출산율 제고에 초점을 둔 대책이라기보다는 보편적 복지정책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아이 한 명을 낳아 대학까지 드는 비용은 평균 3억8000만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평균일 뿐, 집집마다 양육비는 다르다. 임신사실을 확인한 후 산후조리원을 선택하게 되는데, 평균 250만~350만원의 산후조리원도 있지만, 강남 일부 조리원은 1000만원대를 호가하기도 한다. 카시트나 유모차의 가격도 30만~40만원에서 300만원 이상 고가의 상품까지 형성돼 있어 출산용품 양극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아이를 기르기에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 사는 부모들의 가슴을 더욱 답답하게 만든다.

몇 해 전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영화로 제작돼 호응을 얻었다. 주인공 김지영은 30대 전업주부인데 어느날 갑자기 미쳐버린다. 김지영은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며 마음속 이야기를 쏟아냈다. 많은 여성들이 그의 이야기에 공감했지만, 페미니즘 영화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저출산 대책은 ‘82년생 김지영’이 1인 다역을 감당하며 사는 게 힘들지 않고, 일과 가정생활 양립이 고민거리가 되지 않도록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출산대책을 내놓는 공무원들은 여전히 대한민국의 30대 여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울산시의 2021년 주요업무계획을 살펴보면 저출산 극복을 위해 △난임부부 시술비 및 고위험 임산부 의료비 지원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어린이집 환경개선 등을 추진한다. 여전히 출산과 육아는 엄마의 몫이다. 엄마가 홀로 고군분투하고 노력하면 출산율이 오를 것이라는 생각이다.

여성 출산과 고용문제를 별개로 취급하는 것도 고질적인 문제다. 요즘도 “결혼하고 임신하면 여자들은 회사를 그만두는게 관행”이라고 말하는 30대 여성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자영업자에게선 “임신하면 실직이다” “출산하고 1개월만에 일 시작했다”는 말이 나오고, 어린이집·유치원 교사의 경우 학기중 임신계획은 상상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지난해 울산지역 여성 실업률이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용 안정을 보장하지 않는 이상 출산율은 올라갈리 없다. ‘일단 낳고 보자’는 식의 저출산 대책은 오히려 여성들의 출산 혐오를 부추긴다. 부모 중 누구도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지 않는 이상 지금의 저출산 대책은 그저 보여주기식 행정일 뿐이다. 석현주 경제부 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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