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환 울산 중구의회 의원

다가오는 3월1일은 3·1만세운동 102주년이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전국은 물론 해외 곳곳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대한독립만세’의 메아리가 울려 퍼진지도 어느덧 한 세기를 넘어 2년의 시간이 더 흘렀다. 1951년 한국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외환위기가 덮친 1998년에도 우리는 지난 100년의 시간동안 단 한 번도 빠짐없이 3·1만세운동을 기념하며 단결의 큰 힘을 되새겨 왔다.

또 매년 3월1일을 기점으로 병영삼일만세운동이 열렸던 4월5일에서 6일에 이르기까지 그날의 함성과 선열의 고귀한 희생정신은 우리 모두에게 역사적 교훈을 넘어 어려움 속에서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증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울산은 물론 전국적으로 3·1만세운동 관련 재현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되는 사례가 이어졌다. 더욱이 신종코로나 위기가 1년 넘게 장기화되고 최근에는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병영삼일만세운동 재현행사가 올해마저 치러지지 못한다면 병영주민들은 물론 우리 중구민 모두가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다. 물론 수백~수천명의 인파가 참여할 수밖에 없어 감염증 예방과 방역을 우선 고려해 행사 개최여부를 따지는 것은 합당한 조치다. 다만 감염병 탓에 자주독립과 민족자강의 3·1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유일한 구심점과도 같은 만세운동 재현행사가 중단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신종코로나는 우리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고 있다. 마스크와 거리두기가 일상이 돼버린 탓에 많은 인원이 운집하는 대규모 행사는 언감생심이고 가까운 일가친척의 모임마저도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서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대신 디지털 환경을 활용한 화상회의나 SNS 등 언택트 환경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어쩌면 비대면 시대는 잠시 반짝 유행이 아니라 앞으로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일지 모를 일이다. 신종코로나 이후 또 다른 팬데믹 상황이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고 이를 대비한 중요한 방책 중 하나가 바로 비대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우리 울산에서, 특히 중구에서 호국과 충절을 대표하는 병영의 자부심이 담긴 병영삼일만세운동 재현행사를 미뤄둘 수만은 없다.

병영삼일독립만세운동은 엄준·주사문·문성초·김응룡 등 4명의 열사가 순국하고 시위를 주도한 22명의 의인이 옥고를 치르며 전국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만큼 격렬했던 대표적 3·1운동 중 하나다. 이처럼 역사적 의미를 지닌 행사를 올해도 제대로 치를 수 없다면 요즘의 추세에 맞춰 비대면으로 해보면 어떨까 제안한다.

우선 울산시를 비롯한 중구청 누리집을 통해 병영삼일만세운동으로 순국하신 열사들의 넋을 기리는 온라인 위령제를 열고 울산시민과 중구민들이 추모의 뜻을 전하며 행사의 의의를 다질 수 있다. 또 3·1절을 기점으로 병영삼일독립만세운동이 열렸던 4월5~6일까지 울산시민이면 누구나 태극기를 들고 사진과 영상을 활용, SNS로 참여하는 3·1만세운동 재현 릴레이 캠페인도 펼쳐봄직 하다.

이와 함께 행사 당일에는 참가 희망자들이 차량을 탑승하고 병영 일원에서 가두행진을 벌이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퍼레이드 역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는 철저한 방역·안전수칙 준수라는 전제조건이 필수다. 100년전 우리 민족은 일제의 가혹한 탄압과 삼엄한 경비, 검속 등 무수한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목숨 걸고 서로의 유대와 소통, 신뢰를 통해 3·1만세운동을 이뤄냈다. 지금 잠시 우리 삶을 위협하는 신종 코로나 역시 과거 일제의 총·칼 앞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친 우리민족의 숨은 저력을 결코 꺾지 못할 것이다.

병영삼일만세운동이 단순히 역사의 재현을 넘어 위기의 시대, 시련에 빠진 우리 주민 모두에게 용기를 주고 희망을 전하는 메시지로 역할을 할 수 있길 희망한다. 김기환 울산 중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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