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예산 등으로 딜레마 놓인
어린이 재활·감염병 전담병원 등
민간병원 하기 힘든 분야 맡아야

▲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공공의료원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기 확정된 산재전문 공공병원에 이어 울산의료원 건립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데, 일단 지역사회 내 의료업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공공병원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나온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느낀다.

일반적으로 공공, 공립이라는 말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세가지 정도다. 정부에서 운영하므로 첫째로 저렴한 비용에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 둘째로 살면서 필요한 필수적인 일들을 책임져 준다는 점, 셋째로 민간기관에서 하기 힘든 복지차원의 일을 한다는 점 정도다. 이를 병원에 대입해 살펴보자.

첫째의 경우 환자가 공공의료원에서 진료를 받는다고 해서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에 비해 정말 눈에 띌 정도로 혜택을 입는다는 느낌은 갖기 힘들 것이라 본다. 특히 필수의료로 가면 더욱 그런데 비용 자체가 전국민 의료보험제도로 인해 비슷하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진료비를 정하고 나라 안의 어떤 병원이든 설립과 동시에 그를 따라야 하며 이 시스템은 민간병원이든 공공병원이든 동일하다.

둘째는 필수의료다. 이를 사람이 살기 위한 필수적인 의료행위(경제적인 부분 포함)라고 정의하면, 생계가 곤란한 의료급여 환자의 경우 민간 공공 둘 다 환자에게 비용을 받지 않고 국가로 100% 청구하며, 긴급 의료비지원 및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등도 구분없이 운영되고 있다. 민간이든 공공이든 우리나라에서 병원은 결국 국가에 청구를 해야 한다는 시스템은 같기 때문이다. 또 울산에선 흔히 말하는 4대 중증질환(암, 심혈관,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의 역할은 이미 기존 민간 병원들이 계속 해오고 있었으며 울산병원에서도 심장, 뇌혈관 질환을 활발하게 치료하고 있다. 다만 의료영역 중 투입되는 예산의 규모 문제로 인해 민간병원이 섣불리 손대기 힘든 분야가 있는데 만약 공공병원이 이 역할을 해준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셋째는 민간병원에서 하기 힘든 복지 차원의 공공의료다. 지금껏 울산에 공공병원이 없었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그동안 기존 민간병원들이 그 역할을 받아 수행해 왔다는 말과 같다. 중앙병원은 취객들을 후송하여 치료하는 주취자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울산대학교 병원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장애인 구강 진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울산병원 역시 여성성폭력 방지, 수사 및 의료지원 기관인 해바라기 여성센터를 건물 8층에 위치시켜 11년째 위탁운영하고 있다. 민간병원에선 이러한 역할들을 의무감에서 하고 있지만, 지속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 입장에선 부담이 되는 것 역시 사실이다.

만약 공공병원이 울산에 생긴다면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까? 바람은 기존 병원들이 맡기 힘든, 그 분야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으로 항상 딜레마에 서게 되는, 민간병원이 하기 힘든 분야를 맡아줬으면 한다.

울산에는 어린이 재활병원이 없다.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재활의 예후가 좋지만, 의사소통이 힘든 어린이의 특성으로 인해 그 수고가 배로 들어간다. 이런 비용은 자체적 운영으로 자생해야 하는 민간병원에서는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울산처럼 지방의료원이 없는 광역시는 대전과 광주인데 대전에서는 2022년 개원을 목표로 공공 어린이 재활병원이 건립되고 있다. 공공부문으로는 전국최초이며, 창원 경상대학교 병원 옆에 30병상 가량의 공공 어린이 재활병원도 2023년 개원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 울산에서 유사시 감염병 전담병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은 사립대학병원인 울산대학교 병원이다. 울산처럼 의료원이 없는 광주시는 사립이 아닌 국립대병원(전남대병원)이 있음에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2024년을 목표로 공공의료원인 광주 감염병 전문병원을 추진하고 있는데 환자 수용은 물론 감염병 관련 지역 지침 등 지역의 컨트롤 타워 역할까지 할 수 있기에 이 모델은 정말 울산시에서 고려해줬으면 한다. 울산 공공병원의 방향에 대한 생각이 이전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코로나19 이후에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공공병원의 기능에 대해 생각할 때 항상 같이 나오는 단어는 ‘예비타당성 면제’이다. 공공병원을 세금이 들어가는 국가사업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복지로 볼 것인가에 따라 면제여부가 달라지기에 함부로 말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울산 공공병원이 생긴다면 기존 민간병원들이 하기 힘든 위와 같은 역할들을 해주었으면 한다.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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