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의논해 결정한 선택이라면 결과 안좋아도 서로 비난마세요

▲ 송성환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난해를 돌이켜보면 우리나라는 예측이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침체만이 이유는 아니다. 급격한 아파트 매매가 상승 등 주택 시장의 불안정성은 이어졌고, 주식 시장 호황 및 비트코인 상승 등 다양한 이슈가 매스컴을 달구었다.

앞서 설명한 몇몇 이슈를 기준으로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구분이 더욱 뚜렷해졌다. 자가 마련에 그치지 않고 갭투자를 통해 수억 이상의 시세차익을 거둔 부부도 있지만, 너무 높아진 아파트 매매가를 보며 자가 마련의 꿈마저 포기해버린 부부도 있다. 진료실에서 만난 부부는 대개 후자의 경우였다.

물론 어느 정도 빈부격차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연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급변하는 부동산 시장은 비슷한 스펙을 가진 직장 동료 간에도 커다란 빈부격차를 만들어버렸다. 짧은 기간에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보았다는 직장 동료를 보고 있자면 노동의 대가인 월급의 가치는 점점 하찮게 여겨진다.

진료실을 찾은 30대 부부 또한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힘들어했다. 당시 남편은 신용대출을 추가로 받아 주식 투자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내가 무리한 대출을 반대해 투자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난 후 해당 주식은 실로 대박이 터졌다. 그리고 남편은 당시 투자를 주저했던 아내를 비난하며 갈등이 깊어졌다.

물론 남편이 느끼는 아쉬움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투자를 주저했다는 이유로 아내를 비난하는 것은 과연 합리적일까? 지금의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당시의 선택이 잘못된 것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부부 상담을 통해 당시를 돌이켜보니 투자를 하지 않은 것도 결국 남편 자신의 선택이었다. 그저 아내는 워낙 불안정한 시장 상황을 근거로 투자에 동의하지 않았을 뿐이다. 즉, 남편 또한 결과를 확신하진 못했던 것이다. 자신은 확신했다고 주장하는 남편의 기억은 일부 왜곡된 부분이 있다. 만약 남편의 주장처럼 자신이 결과를 확신할 수 있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투자를 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부부는 상황을 결과론적으로 해석하며 서로를 탓해서는 안 된다. 이는 투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부부가 함께 내리는 결정마다 결과론적인 해석을 자제해야 한다. 우리는 결혼 이후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우리는 당시 주어진 몇몇 정보에 근거해 가장 옳다고 여기는 선택을 하는 수밖에 없다.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래서 부부는 당시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내렸다면 어떠한 결과에도 서로를 탓해서는 안 된다.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다.

큰 이익을 거두지 못했다고 해서 과거 시점에서 아내의 선택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몇 차례 면담을 시행한 결과 남편 또한 시장이 불안정한 이유로 예측하기가 어려웠을 뿐 아내의 판단이 잘못된 것은 아님을 인정했다. 그렇다. 그때는 맞았다. 지금에서야 틀린 것이 됐을 뿐이다.

아무리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부부는 과거 합리적으로 내린 결정마저 부정하며 서로를 탓해서는 안 된다. 부부가 함께 이견을 조율해 내린 선택이라면, 부부는 함께 결과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송성환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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