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호근 울산시의원

울산 남구 삼산지역과 석유화학공단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는 야음근린공원이 석유화학단지의 공해를 차단하는 완충녹지역할을 톡톡히 해 오고 있다는 것은 울산시민이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울산시와 LH에서 시민의견 수렴 등 그 어떤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곳에 4300여 가구의 임대아파트 건립계획을 추진하면서 이 문제가 지역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많은 시민들은 물론 환경단체와 기업체, 정치권까지 강하게 반대하고 나서자, 울산시에서는 뒤늦게 공론화(갈등영향분석) 과정을 거치겠다고 하고, LH에서도 지역사회의 반대여론을 의식해 당초계획 보다 600여 가구를 줄여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사업 추진과정에서 울산시와 LH의 이중적인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울산시는 그동안 LH에서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사업지구지정 등 행정절차를 진행 해 오는 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다. 공론화는커녕 시민을 대표하는 시의회에 조차 공식적인 설명 한번 없었다. 야음근린공원 개발 계획이 시민들에게 알려지고 반대 분위기가 확산되자, 이제서야 갈등영향분석을 한다느니, 야음근린공원에 수소타운을 구축한다느니 하면서 부산을 떨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과정을 보면 공원개발에 대한 면죄부를 주려는 꼼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울산시는 이미 오래전부터 공해를 차단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공단주변에 완충녹지 조성사업을 추진 해 오고 있다. 한쪽에서는 완충녹지를 조성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기존 완충녹지를 파괴하는 이율배반적인 행정을 버젓이 하고 있다.

이 사업에 대한 울산시의 개발논리는 단순하다. 지난해 7월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됨에 따라 공원으로 보존하려면 사유지를 매입해야하나 큰 예산이 들어가고 또한 사유지로 전환되면 난개발이 우려되기 때문에 부득이 공공개발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공공개발이 최선이었을까. 현재의 공원(완충녹지)을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시민들에게 호소하는 방법 등 대안도 있을 것이다. 시민들과 향우회 등 단체를 통한 ‘헌수운동’이나 ‘땅 한평 사기운동’ 등을 전개한다거나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일환으로 야음근린공원 인근 부지 매입을 통한 ‘기업 숲 조성사업’도 고려해 볼만하다.

울산에는 이미 좋은 본보기가 있다. 지난 2006년 SK에서 1020억원을 투자해서 울산대공원을 조성하고 울산시에 무상 기부한 것이 그것이다. 울산시와 시민이 야음근린공원 보존을 위한 한마음 한뜻의 진정성을 보인다면 야음근린공원은 도심 속 푸른 보물 같은 제2의 울산대공원으로 탄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울산시는 대한민국 근대화는 물론 생태복원을 입증한 ‘태화강국가정원’을 가진 자랑스런 도시이다. 국가정원을 품은 도시, 환경을 보존해야 할 또 다른 이유다. 울산시민의 건강한 삶과 울산시의 백년대계를 위해 개발보다는 보존에 방점을 찍는 결정이 나올 수 있도록 심사숙고 해 줄 것을 간곡히 건의한다.

고호근 울산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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