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울산의료원 필요성 부각

▲ 울산대학교 감염병 중환자실에서 환자가 치료받는 모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공공의료가 전무하다시피한 울산 의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전국 광역시 중 유일하게 ‘국공립병원’이 없던 울산은 행정기관 중심의 체계적인 의료대응이 작동은커녕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불규칙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울산의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공공병원이 없는 울산시가 궁여지책으로 활용한 게 시립노인병원이다.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해 104개 음압병실을 확보했다. 그러나 역대급 감염병을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의대 본과를 갓 졸업한 공중보건의 5명이 배치돼 울산대학교병원 교수에게 전화로 자문을 받아 처방전만 내주는 역할만 했다. 인공호흡기조차 없어 응급치료는 엄두도 못냈다. 병원 기능보다는 ‘격리소’ 역할만 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마저도 얼마 뒤 예산 문제로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시립노인병원 전담병원 전환에도
전례없는 감염병 대응엔 역부족
울산대병원과 공조 비상진료체제
공적의료 강화 울산의료원 필수
울산시, 예타면제사업으로 추진
예타면제 산재공공병원이 걸림돌
국립산재모병원으로 전환이나
UNIST 부속병원으로 추진 지적

◇여실히 드러난 공적의료 빈틈

결국 울산시가 의지할 곳은 ‘울산대학교병원’ 뿐이었다. 울산대병원은 신종코로나 첫 울산 확진자 발생과 동시에 자체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고 국가입원치료병상에 확진 환자를 입원시켜 지역사회로부터 격리 시킨 후 치료를 병행했다.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시는 울산대병원과 공조체계를 갖추고 감염병 확산과의 전쟁에 나섰다.

국가입원치료병상만으로 대응이 어려워지자, 울산대병원은 협의해 81병동 전체를 비웠다. 이에 시는 정부로부터 이동형음압기를 비롯해 보호 장구와 필요한 의료장비 등을 요청해 병상 운영을 지원했다. 시는 또 정융기 울산대병원 병원장을 울산시 감염병 대책단장으로 위촉하기도 했다.

감염자가 속출한 양지요양병원 집단감염 사태에서도 시와 울산대병원의 협업은 긴밀했다. 울산대병원은 81병동 외에도 61병동과 71병동 등 2개 병동을 추가로 소개했다.

지난 1년간 울산 확진자(2월25일 기준)는 1005명이다. 그중 60%에 해당하는 597명이 울산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생활치료센터에 격리됐던 무증상 및 경증환자를 제외하면 100% 환자가 울산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국공립병원 부재의 틈을 일부나마 메웠다.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 다수의 환자가 발생한 대구지역을 제외하면 전국 시도를 통틀어 급성기 중증환자 치료를 담당하는 대학병원이 발 벗고 나서 감염병 환자를 치료한 곳은 울산대병원이 유일했다.

울산대병원은 신종코로나 진담검사 3만7000여건을 자체 진행했고, 치료약물인 램데시비르 투여한 환자도 107명에 이른다. 신종코로나 확진 환자에 대한 응급 수술도 2차례 진행했다. 65세 고령의 신종코로나 확진자에게서 촌각이 달린 뇌출혈이 발생, 울산대병원은 모두가 잠든 자정에 양압 수술실에 강제로 음압을 걸어 긴급히 수술을 진행해 생명을 살렸다. 또 11세의 확진자에게서 급성 충수염 증상이 나타났고, 병원은 같은 방법으로 수술을 성공시켰다.

울산대병원의 확진자 응급수술 역량은 더욱 강화됐다. 지난달 울산대병원은 국내 최초로 감염병 음압하이브리드수술실을 갖춘 중환자실을 열었다. 울산대병원은 3차 펜데믹 발생에 대비해 정부의 중환자 치료 시설 확충 공모에 지원해 음압중환자실 12병상도 확보했다. 총 사업비 60억원이 투입됐으며, 여기에 울산시가 음압 하이브리드수술 장비 구입비 등 20억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이처럼 국공립병원이 없는 울산이 큰 무리없이 펜데믹 상황을 극복하고 있는 것은 시와 울산대병원의 유기적인 협력이 있어 가능했다는 평가다.

◇공적의료 시스템 강화 숙제

그러나 제2, 제3의 감염증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병원인 울산대병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문제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공적의료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울산시가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으로 울산의료원을 추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반대 논리 해소, 지역 내 정치권과 의료계, 향후 재정 부담에 대한 시민 공감대 형성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울산 1호 국립병원으로 2025년 문을 여는 산재전문 공공병원과의 관계 정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산재전문 공공병원의 근본적인 역할론 때문이다. 울산시의 요구로 공공기능을 강화한 측면이 있지만, 근복의 입장에는 산재재활 정책이 우선이다. 면밀히 따져 보면, 산재병원에 공공의료를 억지로 집어넣은 형태의 병원이다. 반면 울산의료원은 공공의료 기능에 최적화된 의료 시스템이다.

◇산재전문 공공병원 ‘산재모(母)병원’으로 전환 필요

문제는 울산시가 원해 가닥을 잡았던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오히려 울산의료원 건립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가 ‘반대’ 명분으로 ‘공공기능’을 강조하면서다. 기재부는 “공공병원 몫으로 산재전문 공공병원을 예타면제 해줬는데, 착공도 하기 전에 울산의료원을 또 예타면제 하는 것은 전국적으로도 사례가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산재전문 공공병원에서 ‘공공성’을 과감히 뺄 필요성도 거론된다. 울산시가 당초 추진한 ‘국립산재모(母)병원’으로 전환하는 게 해법이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부속병원으로 발전시켜, 수도권에 버금가는 높은 의료 서비스 확보와 산재재활에 바이오메디컬산업을 육성하는 게 현실적이란 주장도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산재전문 공공병원은 근로복지공단이 관리권을 갖고 있고, 재난대책본부인 울산시의 통제권 밖인 반면 울산의료원은 울산시장의 관리권에 있다”며 “울산의 공공의료시스템 향상과 미래 감염병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울산의료원 유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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