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의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업체들이다. 대부분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협력업체들로 구성된 지역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이 한번 기침하면 감기에 걸리는" 그런 취약성을 갖고 있다. 때문에 올해도 대내외적인 악재 때문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또 이러한 환경 속에서 중소벤처기업들은 나름대로의 돌파구를 찾아가면서 힘겨운 "살아남기" 게임을 벌였으나 크게 성장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울산산업진흥재단이 만들어지고 각종 연구소도 유치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내년을 향한 희망은 밝은 편이다.

 △울산산업진흥재단 개원=정부의 지역사업진흥계획을 실천에 옮길 울산산업진흥재단이 지난 6월 문을 열었다. 재단은 산하에 자동차부품혁신센터와 정밀화학지원센터, 전략산업기획단 등을 두고 지역 주력산업을 뒷받침하게 된다.

 특히 전략산업기획단은 울산지역의 R&D기반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는 한편 최근에는 지역특화기술 수요조사를 통해 정부 지원을 확대시키는 등 성과를 나타냈다. 전략산업기획단이 선정한 지역특화기술이 결실을 볼 때 쯤이면 울산지역의 기술경쟁력도 한차원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업체 끝없는 불황터널에서 회복 기미=울산지역 중소업체의 불황은 올 한해동안 계속 지속됐다. 올해 초반부터 사스(SARS)와 이라크전쟁 등의 영향을 받아 불황 속에서 출발한 중소기업들은 11월로 접어들면서 다행히 대기업의 호조세에 힘입어 비로소 회복 기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중소기업의 불황은 특히 비제조업과 건설업종 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지역 제조업 공동화 우려=중국에 대한 울산지역 제조업체들의 직접 투자가 최근 수년 사이 급증해 지역내 제조업체의 공동화가 우려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울산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울산에서는 중국으로 진출하는 대기업을 따라 지난해 10개사가 588만2천달러를 중국에 투자했다. 이 중에는 회사 전체를 옮겨가는 업체도 있어 공동화 우려를 더하고 있다.

 제조업의 공동화는 지역에 일자리를 줄이고 나아가 산업기반을 흔들 뿐 아니라 전체적인 경기를 불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중소기업 태풍피해=태풍 매미로 인해 부산·울산지역에서는 중소기업을 비롯한 230여개사가 피해를 입었다. 울산지역에서는 상당수 중소업체들의 사업장이 물이 잠기거나 시설물이 부서지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이에 따라 지역내 각종 금융기관들이 운영 및 시설자금을 지원하고 이자를 감면해주거나 상환을 연기해주는 등 각종 지원사업을 벌였다.

 △현대자동차 파업 피해 부도위기=현대자동차 협력업체들은 지난 7월과 8월에 일어난 현대자동차 파업 때문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울산지역 협력업체 44개사가 241억원, 부산지역 64개사가 147억원의 매출손실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상당수 기업체는 자금 압박 때문에 부도위기까지 몰리는 등 급박한 상황이 연출됐다.

 매년 되풀이되는 대기업의 파업 때문에 협력업체들의 불만이 더욱 높아졌으며, 특히 올해는 임금인상과 함께 주 5일근무제가 합의돼 협력업체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심하게 느꼈다.

 △주5일 근무제 실시로 불안 고조=현대자동차가 주5일 근무제를 노사협상에서 가결시키고 이어 정부가 주5일 근무제를 통과시키자 울산지역 중소기업들은 불안감에 싸였다. 중소기업들은 주5일제가 결과적으로 인건비를 높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들간의 이질감만 심화시킬 것이라며 반발했다.

 특히 중소업체들은 생산성을 향상시킬만한 뚜렷한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주5일 근무제로 인건비가 올라가면 경영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벤처기업 첫 북유럽 시장개척=울산지역 7개 벤처업체들이 지난 11월 아일랜드와 스웨덴, 독일 등 북유럽 국가들을 방문해 처음으로 시장개척을 했다. 이번 시장개척에서 벤처업체들은 2천965만달러어치를 상담하고 이 중 330만달러어치의 계약을 성사시켜 앞으로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처 시장개척에서 성과를 올린 울산시와 벤처업체들은 상당히 고무됐으며, 시장개척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3 울산 중소·벤처박람회 성료=83개 업체가 127개의 부스를 만들어 참가한 울산 벤처박람회가 지난 9월 동천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번 벤처박람회에는 하루평균 7천400명이 참관했으며, 투자·구매상담이 2천384건, 기타상담이 9천8824건에 이르렀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앞으로 신기술, 신산업, 신제품 위주의 행사를 추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으며, 외국기업도 참여하는 국제행사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효율적인 마케팅을 위해서는 대기업을 참여시켜 중소벤처업체의 기술력을 소비하도록 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여야 한다는 여론도 높았다.

 △지역혁신 5개년 계획 윤곽, 기대 고조=정부 지원을 받아 오는 2008까지 추진할 제1차 지역혁신발전 5개년 계획이 지난달 말 윤곽을 드러냈다.

 자동차와 조선·해양, 정밀화학, 환경 등 3개 산업분야를 위주로 제시된 5개년 계획은 중소산업체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이를 지역내에 사업장을 둔 대기업과 연계시켜 종합적으로 경쟁력을 강화시키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기술력 향상을 위해 자동차·선박기술대학원 설립, 국가출연 연구소 유치, 기술혁신단지 조성 등 다양한 대책이 제시됐다.

 △울산 창업만족도 95% 넘어=울산지역에서 창업한 기업의 95% 이상이 입지선정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아직도 울산은 기업유치에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울산시가 지난해와 올해 울산에서 공장등록을 한 20개 기업체를 직접 방문해 만족도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들은 원료와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를 확보하는데 용이하기 때문에 울산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반면 용지난과 인력난은 여전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재명기자 jm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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