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영신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색채과학

빨강과 초록을 섞으면 어떤 색이 돼요? 파랑과 노랑은요? 필자의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닐 무렵이었을 것이다. 엄마가 색에 대한 연구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준 후 아이들이 엄마를 시험하기 위해 끊임없이 물었던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받은 색채 과학자 엄마는 조심스레 다시 물어봐야 한다. 빛을 섞는 경우를 말하는 거니? 아니면 물감을 섞는 경우를 말하는 거니?

사람 눈의 특성상 두 개의 색을 섞으면 새로운 색으로 인식이 된다. 그렇기에 디스플레이 화면에 총천연색 영상을 표현하거나 다양한 물감의 색, 컬러 사진 등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몇 개의 기본 색들을 가지고 잘 섞어 주면 된다. 이렇게 다양한 컬러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빛 혹은 재료의 기본 색세트를 ‘원색’이라고 한다. 빛은 다른 색을 섞으면 섞을수록 더 밝은 새로운 색이 만들어지는 ‘가법 혼합’ 원리를, 빛을 흡수 반사함으로써 색을 내는 재료는 다양한 색을 섞으면 섞을수록 어두운 새로운 색이 만들어지는 ‘감법 혼합’ 원리를 따른다. 그렇기에 색을 표현하는 장치를 개발할 때에는 색을 섞는 원료에 따라 섞었을 때 다양한 색을 가장 잘 만들어낼 수 있는 원색을 선택해야 한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어린시절 미술시간에 색의 삼원색은 빨 노 파라고 배운 것을 기억할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부정확한 정보이다. 원색을 세 개만 써야 한다면 빛을 섞는 경우 RGB 즉 빨강 초록 파랑을 원색으로 선택하고, 잉크나 페인트와 같은 재료들은 CMY 즉 시안(파랑과 초록의 중간색), 마젠타(빨강과 파랑의 중간색), 노랑을 원색으로 사용해야 가장 효율적으로 다양한 색을 표현할 수 있다. 대부분의 디스플레이나 프린터들은 RGB 혹은 CMY를 삼원색으로 사용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파장 특성을 갖는 삼원색인가에 따라 각 장치가 구현 가능한 색은 서로 달라진다.

그러면 오늘 질문 ‘빨간색과 초록색을 섞으면?’ 빨강 빛과 초록 빛을 섞으면 밝은 노란색 빛이 만들어지고, 빨강 물감과 초록 물감을 섞으면 어두운 노란색 물감이 만들어지는데 정확히는 어떤 빨강, 어떤 초록을 얼마씩 섞었고 어떤 환경에서 보는가에 따라 조금 다른 색으로 보인다. 곽영신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색채과학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