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초기작품전 ‘이불-시작’

퍼포먼스 기록 등 130여점 소개

5월16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 2일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열린 세계적인 작가 이불의 개인전 ‘이불-시작’ 프레스 투어에서 참석자들이 펌프를 밟아 공기를 주입해 조각을 완성하는 ‘히드라’ 작품에 참여하고 있다. 이불 작가 초기 활동의 ‘퍼포먼스 기록’에 초점을 맞춘 이번 전시는 드로잉 50여점과 조각 1점, 퍼포먼스 비디오와 사진기록 70여점, 조각과 오브제 10여점이 소개된다. 연합뉴스
1997년 30대 초반이었던 이불 작가는 뉴욕현대미술관(MoMA) 전시에 날생선을 화려한 스팽글로 장식한 설치 작품 ‘장엄한 광채’를 출품했다. 생선이 부패하는 모습과 냄새까지 작품의 일부로, 기존 미술관의 관습에 정면으로 도전한 대담한 시도였다. 그러나 미술관 측은 악취를 이유로 작품을 철거해버렸다. 이 사건으로 주목받은 이불은 이듬해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베네치아비엔날레 등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2일 이불의 전시 ‘이불-시작’이 개막했다. 세계적 작가가 된 이불(57)이 30여년 전 그 당시의 초기작품들을 다시 소개한다.

이번 전시에서 이불은 작가활동을 시작했던 1987년부터 이후 10여년간 집중적으로 발표한 소프트조각과 퍼포먼스 기록을 보여준다. 드로잉 50여점과 참여형 조각 1점, 영상과 사진 70여점, 조각과 오브제 10여점이다.

로비에 설치된 ‘히드라’는 1996년 시작한 풍선 모뉴먼트 작업을 다시 제작한 것이다. 관객들이 펌프를 밟으면 풍선이 커지는 형태다. 단, 4만회 이상 펌프를 밟아야 10m 높이의 풍선 형상이 완성된다. 천 풍선에는 왕비, 여신, 게이샤, 무속인, 레슬러 등 복합적인 여성 이미지로 분한 작가의 초상이 인쇄됐다.

20대의 이불은 신체를 다양하게 변용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남성중심적인 부조리한 시선과 체계에 반기를 든 것이다. 부드러운 천, 솜, 스팽글과 털, 철사, 냄새 등이 그에겐 창작을 위한 재료였다. 소복을 입고 생선 배를 가르거나, 색동한복에 방독면을 쓰고 부채춤을 추는 등 강렬한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전시장 안에는 이같은 이불의 퍼포먼스 기록영상 12점이 선보인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예술창작을 위한 교육제도의 한계, 근현대사를 성찰하는 현대미술의 역할, 여성과 여성 신체를 재현하는 방식 등의 사회적 의제를 상기시킨다. 이불의 작품에 담긴 비판적 시각은 지금 이 시대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소개했다. 전시관람 5월16일까지.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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