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식 임금협상’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도 물가연동 임금협상을 지켰다. 임금인상률을 물가에 연동하겠다는 파격적 시도가 한때 실험에 그치지 않고 2017년부터 5년째 지속되고 있다. 관행처럼 여겨졌던 임금협상의 소모적 구태를 벗었을 뿐 아니라 ‘SK식 노사관계’라는 노사상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는 특히 역대 최단시간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조합원 투표율과 찬성률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16일 첫 교섭을 가진 노사는 잠정합의안을 만들어 내는데 2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2018년 일주일, 2020년 30분으로 점점 단축돼가고 있다. 이미 정해논 ‘임금인상 프레임’에 따라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를 임금인상률에 적용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2010년 이후 최저 물가지수를 그대로 반영한 0.5% 인상이다. 노조는 지난달 23일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갖고 전체조합원 93.5%의 투표율에 90.9%의 찬성으로 합의안을 가결했다. SK노사는 3일 서울과 울산을 연결하는 화상 조인식을 가짐으로써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SK식 임금협상’이 지속가능한 첫째 이유로는 임금협상의 예측가능성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를 꼽을 수 있다. 표면적인 임금인상률은 높지 않지만 합리적 기준에 따른 임금인상이 실질적으로 더 이익이라는 인식이 확고해진 것이다. 인상률은 소비자물가지수에 호봉 인상분을 더하는 단순한 구조다. 여기에 혹여 물가지수가 마이너스가 되면 전년과 같은 수준으로 임금을 동결한다. 반대로 지수가 급격하게 상승했을 때는 추가협의를 통해 적정 인상폭을 정하기로 했다. 조합원의 입장에서 결코 뒷걸음질이 없는 합리적 장치까지 마련돼 있으니 신뢰를 가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메리트는 생애주기에 따른 임금체계 조절방식의 합리성이다. SK노사는 임금체계를 결혼·출산·교육 등 많은 돈이 필요한 30~40대의 인상률을 높이고 50대 이후에는 낮추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했다. 임금피크타임을 다소 앞당기고 생산성에 따라 인센티브가 지급되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다가 노사협상에 따라 조합원이 기본급의 1%를 기부하고 회사가 매칭그랜트 방식으로 출연해서 협력사를 지원하는 ‘1%행복나눔기금’도 조합원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자긍심으로 작용한다.

노사상생이 단순히 고임금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신뢰와 합리성, 그리고 자긍심에 달렸음을 ‘SK식’이 충분히 증명해보이고 있다. 5년을 넘어 6년, 7년 햇수를 더해간다면 ‘SK식 임금협상’이나 ‘SK식 노사관계’가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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