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희종 ITNJ 대표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립니다”

고(故) 이건희 회장의 어록 중 하나다.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의 차이는 큰 듯하다. 오늘날 대표하는 사상으론 우월주의 또는 능력 만능주의가 있다. 한 명의 천재가 높아 보이고, 대단해 보이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도서들도 한 천재에 관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가 어떤 습관을 지녔더라, 어떤 행동을 하더라, 등등 성공담에 열광하고…. 우월한 한 명의 천재가 되고 싶어 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능력을 필요로 하는 세상이다. 혼자서도 능력만 있다면 성공할 확률도 높다.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도 <no rules rules>라는 책을 펴내고 최고의 기업이 되기 위한 3가지 조건 중 하나로 인구 밀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한 명의 뛰어난 개발자는 1만 명 이상의 역할은 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뛰어난 능력은 성공을 보장하고, 이를 노력으로 이루어진 결과물로 간주한다.

얼마 전 K방송국 직원이 SNS상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었다. ‘억대 연봉이 부러우면 입사하든지’라는 글이었다.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수신료 해지 운동이 일어났다. 분명 좋은 직장을 얻기까지 피나는 노력과 희생들이 있었다는 것에는 박수를 보내야 한다. 하지만 그 결과가 노력과 희생의 절대적 보상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진다. 성공(추상적이지만)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인생을 바친다. 그러나 성공은 누구에게는 허락되지만, 모두에게는 아니다. 그렇다고 성공하지 못한 자에게 노력이 부족했다거나 인생을 낭비했다고 비난한다면 능력주의의 오류에 갇힌 자다.

어떤 이는 똑같은 어쩌면 더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나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이는 사실이다. 성공이 노력에 대한 절대적 보상이라면 노력에 상응하는 대가를 무조건 얻어야 하지만 팩트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성공’이라는 것은 사람의 노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가? 아니면 행운이라 말해야 하는가?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내려준다’라는 말이 있다. 사실 올림픽에 나오는 선수들은 모두 금메달을 딸 만큼 실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금메달을 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늘이 내려준다는 말이 생긴 것이다. <공정하다는 착각>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수많은 예시로 능력주의의 오류를 말하고 말미에 이런 메시지를 던진다. “사회가 우리 재능에 준 보상은 우리의 행운 덕이지 우리 업적 덕이 아님을 찾아내는 겸손이 필요하다. 이런 겸손함은 우리를 갈라놓고 있는 가혹한 성공 윤리에서 돌아설 수 있게 해준다.”

고(故) 이건희 회장의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립니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보다 낮다는 뜻으로 들렸으나, 한 명의 천재는 10만 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보다 관대한 공적인 삶을 살기를 요구했을 것으로 생각하니 가슴이 뜨거워진다.

양희종 ITNJ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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