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외식 남구의회 의장

울산시가 교통안전이 취약한 초등학교 주변의 어린이보호구역을 대상으로 ‘자녀안심 그린숲’을 조성한다고 한다. ‘자녀안심 그린숲’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도로 가로변에 띠녹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오는 6월 준공을 목표로 남구, 동구, 북구의 학교 밀집지역 각 1개소를 선정해 그린숲을 시범 조성한다. 매우 환영하고 찬사를 보낸다. 악취나던 태화강을 연어가 돌아오는 생태강으로 거듭나게 했듯이 이제는 동네를 생태도시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일찍 시작해야 할 사업들이었지만 지금이라도 시작돼 기쁘고 감사할 뿐이다.

팬데믹 시대에는 세계적으로 6차산업에 관심이 많고 농업치유가 부각되고 있다. 왜냐하면 결국 인간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자연을 가꾸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것을 주변에서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인격체가 형성되고 따뜻하게 남을 배려하는 인간미를 지닌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필자는 그린숲 조성을 확대하고 더불어 우리 주변 공원을 활용해 가칭 ‘동네자연놀이터’라는 문화공간이 조성되기를 희망한다. 현재 남구는 어린이공원 80개소, 소공원 16개소, 근린공원 12개소 등 총 110여개의 공원이 있다. 이 공원들에는 시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설물이 설치돼 있고, 기간제근로자를 통해 주기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동네공원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변에 사는 주민들조차 잘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거주하는 주택가 근처 공원을 보면 대부분 기본적인 어린이놀이시설이나 체육시설이 설치돼 있고, 약간의 초화류와 관목이 심어져 있다. 이 공원들이 사람들을 이끄는 공간으로 만들 순 없는 것일까?

필자는 현재 조성돼 있는 이러한 공원들 속에서 고무매트 등 인공적인 시설들을 걷어내고 여기에 나무와 꽃과 풀을 심기를 제안한다. 또 모래와 시냇물이 있는 동네자연놀이터를 만들어 아이들만 노는 아이들 놀이터가 아닌 동네 어떤 연령이든 공원에 나와 하모니를 이루는 동네문화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소박한 그림이든 사진이든 자랑거리를 한 모퉁이에 전시하고 때론 이웃들이 웃고 즐기는 토론의 장도 되는 휴식처를 그려본다. 또 아나바다 벼룩시장을 통해 이웃간 필요한 걸 교환도 하고 책을 기부할 수도 있고 빌려볼 수도 있는 작은 도서관이 되는 그런 동네 문화공간을 호소해 왔다. 이는 구청과 시청 직원들이 관리해주는 공간이 아니라 우리 동네 이웃들이 서로서로 가꾸어 가는 공간이어야 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들은 신문을 읽고, 할머니와 아주머니들는 뜨개질을 하고 젊은 엄마는 책을 보고 커피랑 차를 나눠 마시다 누군가 이야깃거리를 건네면 토론이 시작되는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공간,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은 어른들의 토론문화와 소박한 예술을 보고 배우고 익힐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 조상들께서 마을어귀 느티나무 그늘 밑에서 동네 대소사를 의논했던 것과 같이 유럽의 광장 토론문화도 작은 마을의 동네놀이터에서 시작되었음을 독일의 발도르프 슈트트가르트 학교에 실습을 가서 느꼈다. 학생들이 동시를 외우는 언어교육 과정이었는데 선생님은 아이들을 잔디밭 광장으로 데리고 나가서 나무 그늘 밑에서 수업을 했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포용예술이 부각되고 있다. 근대 교육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듀이는 “예술은 인류의 영혼을 정화하고 승화시켜준다”라고 했다. 이렇듯 어릴 때부터 책을 읽고 소박한 예술품들을 구경하며 예술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자란 아이들은 작은 내 작품도 언제든 거리에 전시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따뜻한 인간미는 DNA도 중요하지만 하루아침에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나누고 함께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야 자연스럽게 몸에 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네자연놀이터 조성을 통해 아이들에게 추억과 희망을 만들어 줌과 동시에 이러한 소망들이 하루속히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변외식 남구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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