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 차장

울산 울주군의회가 지난달 ‘대암댐 주변 개발행위 허가 관련 행정사무조사’ 특위를 구성했다. 군의회는 대암댐 주변 지역이 법령상 건축 허가를 내줘야 하는 곳임에도 군이 아무 근거없이 재량권을 남용해 주민 권익을 침해, 피해가 잇따르는 만큼 점검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특위 구성을 결정했다.

과연 특위를 만들어 가면서까지 조사할 만한 사안인가에 대한 이견이 엇갈렸고, 군의회는 임시회 표결을 통해 5명의 찬성과 4명의 반대로 행정사무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군의회 구성이 더불어민주당 6명, 국민의힘 3명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과였다. 7대 군의회가 문을 연 이래 소수당인 국민의힘이 다수당인 민주당을 표 대결에서 이긴 사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각 당의 이탈표 역시 전무할 만큼 탄탄한 결속력을 자랑했다.

소속 의원 2명의 가세로 특위 구성이 결정되자 민주당 소속인 집행부와 민주 시당은 자당 내 이탈 의원들에 대해 해당 행위라고 지적하며 징계까지 거론하는 분위기로 치달았다. 다행히 특위 구성에 찬성한 의원들이 표결 찬성에 대해 소명하고 시당이 이를 받아들이는 수준에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소신에 따른 표결 여파로 문제가 확산되자 부담을 느껴서였을까? 특위 구성에 찬성했던 민주당 소속 두 의원은 이후 특위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막상 특위는 구성했지만 활동은 기약조차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특위 출범이라는 결과물은 얻어냈지만 표 대결에서 밀린다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주도권을 갖지 못하고 있다. 특위 구성 후 열린 첫 회의에서 실시된 위원장 선출부터 여야는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고, 겨우 위원장을 선출했지만 아직 운영 기간을 두고 협의하지 못해 특위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민주당 측은 과거 행정조치들을 살펴보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고, 행정사무조사 특위까지 열 정도로 급한 사안이라면 단기간에 조사를 마쳐야 하는 만큼 한 달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과거 행정조치를 되짚어보는 것뿐만 아니라 같은 분쟁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6개월도 짧다며 최대 8개월간은 활동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의 이견이 팽팽해 특위 활동은 다음 달 열릴 재보선 이후로 미뤄지는 분위기다.

이 모든 문제가 민주 시당의 징계 거론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당시 상황에 대한 아쉬움은 크게 남는다. 과연 소신에 따른 투표가 징계를 거론할 만한 사안인가. 당적이 같은 집행부에 대해서는 어떤 지적도 하지 말라는, 사실상 기초의원을 당의 거수기로 보는 처사라는 지적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은 국민의힘이 의장 선출 과정에서 당론을 어기고 민주당과 야합했다며 남구의회 의장을 제명한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의원의 소신을 제약한다면 기초의회의 존재 가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기초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기초의원들이 본연의 임무와 역할에 충실하도록 당의 관여와 개입은 최대한 배제돼야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될 경우 기초의회 정당 공천 폐지 목소리가 더 힘을 얻을 뿐이다. 이춘봉 사회부 차장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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