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베테랑도 떨게 만든 PT 발표

공모사업 잡음 차단 위해

울산문화재단 처음 시도

사전신청 통해 10명 참관

심사위원단 6개단체 심사

공연단체들만 치열한 준비

공연장 빠져 사업취지

▲ 지난 11일 울산아르코공연연습센터에서 진행된 공연장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 공개심의 현장.
울산에서 이뤄지는 문화예술 중 상당수는 울산문화재단의 공모사업에서 사업비의 전부 혹은 일부를 지원받아 이뤄진다. 언론에 소개되는 대부분의 문화면 기사들이 이에 해당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연과 전시 형태의 문화예술행사는 우리에게 힐링을 안겨주지만 사실 행사가 성사되기까지의 과정에는 불꽃 튀는 경쟁과 살벌한 심사 등 녹록지않은 관문이 적지않다.

그런만큼 심사 과정이 끝난 뒤에는 ‘지원금’때문에 구설이 따르기 마련이다. 거의 해마다 그렇다고 보면 된다. 심의를 주관한 재단 측은 공정성에 기반했다고 하지만, 공모사업에 참여했던 예술가와 문화단체의 사후성토는 언제나 한결같다. 탈락한 단체는 심사위원 구성단계부터 비리가 있었다고 의심하고, 지역현황을 이해못하는 외부인사의 독단평가와 생색내기에 그치는 지원규모를 목소리 높여 비판한다. 선정단체 역시 불만이 없지않다. 신청금액보다 적은 액수가 책정됐다고, 같이 응모한 다른 단체에 비해 적은 액수의 지원금이 배정됐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대개는 설득력이 부족하지만, 이해되지 않는 평가 결과도 분명 있다.

울산문화재단이 연례행사(?)와도 같은 분위기에 반전을 꾀하고자 처음으로 심사현장을 공개했다. 모든 공모사업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2021 공연장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에만 적용했다. 1개 예술단체가 최소 6000만원부터 최대 1억2000만원까지 지원받는 굵직한 사업이라 상징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참관자는 10명으로 한정했고, 그나마도 사전신청을 거쳐야 입장이 가능했다.

공개 심의는 지난 11일 울산아르코공연연습센터에서 진행됐다. 심사위원은 6명(지역3·외부3)이었고, 평가대상은 6개 단체였다. ‘심사’ 결과에 따라 ‘지원액수’가 오락가락하는 터였다. 발표에 나선 단체 대표들 모두는 수십년씩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었지만, 노련한 그들마저도 긴장감을 완벽하게 감추지는 못했다.

무대에서 30년 이상을 보낸 지역극단 대표는 8분 발표시간의 중간 즈음부터 목소리가 갈라지고 떨림이 심해졌다. 또다른 극단 대표는 느리디 느린 말투 때문에 젊은 단원에게 발표를 맡기고, 본인은 질의응답에만 나섰다. 한 오페라단 대표는 지난 성과를 어필하면서 감정이 격해졌는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마지막 풍물단체의 순서는 화려한 활동역량에 못미치는 발표 스킬 때문에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6명 대표들의 발표 내용은 장르나 활동공간에 따라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어려움은 하나였다. 공연활동 자체를 수행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으나 이를 알리는 홍보마케팅 전담인력을 쓸 정도의 여건이 안돼 고민이라고 했다. 공감되는 내용이었다.

지켜보는 입장에서 ‘공연장상주단체’라는 이 사업의 특성이 심사현장에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공연장-공연단체가 결연해서 진행하는 공모사업인데, 심사현장에서는 공연장은 쏙 빠지고, 공연단체들만 나와 오롯이 심사를 감내하고 있으니 향후 개선점이 반드시 필요할 것 같았다.

한편 이날 일반에게 공개된 심사현장은 서류심의-PT발표-심사위원토론 3단계 중 두번째 PT발표 뿐이었다. 울산문화재단은 모든 심의채점결과를 모아 이번달 중 지원금액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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