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 신작 ‘자산어보’
정약용 형 정약전·청년 창대
집필 과정·이야기 등 그려내
흑백영화로 제작…31일 개봉

▲ 오는 31일 개봉하는 이준익 감독의 신작 영화 ‘자산어보’는 서문에 집필을 도운 사람으로 언급된, 청년 창대를 비롯해 정약전이 섬사람들과 울고웃는 사연들을 담았다. 연합뉴스

역사 속 사람, 민초들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아온 이준익(사진) 감독이 신작 ‘자산어보’를 완성했다. <자산어보>는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유배지에서 쓴 어류도감이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영화 ‘자산어보’는 서문에 집필을 도운 사람으로 언급된, 청년 창대를 비롯해 정약전이 섬사람들과 울고웃는 사연들을 담았다.

“시작은 동학이었어요. 인상적인 인물이 등장했는데 정약전의 조카사위 황사영이었어요.”

황사영은 신유박해 중 충북 제천의 토굴(현재 배론 성지)에서 조선의 박해 상황을 빼곡히 적어 중국의 주교에게 전하려다 발각돼 처형당했다. 이 사건으로 정약전의 동생 정약종도 순교하고, 배교의 뜻을 밝힌 약전과 약용 형제는 유배를 당한다.

▲ 이준익(사진) 감독

“황사영의 이야기를 영화화하려고 보니 드라마가 너무 짧아서 안 됐고, 정약용은 러닝타임 두 시간짜리 영화가 아니라 16부작으로 만들어야 해요. 정약전이 눈에 띄었는데, 성리학의 기준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자산어보>를 왜 썼는지, 또 <자산어보> 쓰는 걸 도와줬다는 창대라는 인물이 너무 궁금해졌죠.”

감독의 말대로 상업적이지 않은 소재에, 일반적이지 않은 흑백 영화로 만들어 내놓으면서도 어느 정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번에는 남도의 자연이 한몫했다. 남쪽 바다 섬마을의 비경과 태풍이 지나가고 남겨놓은 파도는 흑백 화면 안에서 더욱 빛나고 도드라졌다.

이 감독은 “요즘 사극을 만들려면 100억원도 쉽게 드는데, 흑백이라 용이한 점도 있어 그 반도 안 되는 돈으로 만들었다”며 “자연이라는 어마어마한 무기를 십분 활용하고, 잘하는 배우들이 메워줬다”고 공을 돌렸다.

흑백의 간명한 대비는 약전과 창대라는 인물의 대비로도 이어진다.

“책에 이름 하나 달랑 남아있어도 그의 빛나는 순간을 영화로라도 목격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 그런 게 사극의 매력 아닌가요. 그저 시간이 지나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영화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