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계유산등재까지, 대곡천의 현 단계는

▲ 반구대를 휘감아 도는 대곡천으로 봄볕이 내리쬐고 있다. 울산시는 대곡천의 세계유산등재 목표시점을 2025년 7월로 잡고있다. 문화재청은 그에 앞서 다음달 말 ‘반구천’ 명칭으로 명승지정을 예고했다.

빼어난 자연경관과 공룡발자국 화석 등
역사문화 유산 복합 명승으로서의 가치
울산시, 2001년·2013년 이후 세번째 신청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 높일 사전포석 분석
문화재청, 4월28일 최종 심의…결실 눈앞

울산시 울주군 대곡천에는 국보인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을 비롯해 선사 이전부터 역사시대에 이르기까지 자연과 인공의 부산물들이 어우러져 있다. 계곡을 따라 곡류를 거듭하는 물길 역시 수천년 전 그 시절부터 신비한 자연경관과 온갖 사연의 역사문화를 유지하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배경 때문에 문화재청이 대곡천 일대를 명승(名勝)으로 지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최종 심의는 4월28일 열릴 예정이다. 그 날 안건이 통과되면 곧바로 29일 명승 확정 공고가 뜨면서, 지정 사후의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명승’은 유적과 주위 환경이 뛰어난 경관을 이루고 있는 곳에 한해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된다. 우리나라 명승 1호는 강원 오대산 국립공원의 명주 청학동 소금강(1970)이다. 거제 해금강, 진도의 바닷길, 진안 마이산, 부산 영도 태종대, 문경새재, 남원 광한루원, 동해 무릉계곡, 순천만 등에 이어 가장 최근에는 제116호 부안 직소폭포 일원(2020)이 지정됐다. 한달 뒤 대곡천에는 아마도 제117호 명승 지정 번호가 붙여 질 전망이다.

▲ 지난 3월8일 언양읍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명승지정 공청회. 일부 주민이 명승지정에 반발하는 장면.

문화재보호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명승 대상은 △유명한 건물이나 △꽃·나무·새·짐승·물고기·벌레 등의 서식지 △유명한 경승지 △산악·협곡·해협·곶·심연·폭포·호수·급류 등 특색있는 하천·고원·평원·구릉·온천지 등이다. 대곡천은 이 가운데 다수에 해당되기 때문에 복합명승으로서의 가치를 보여준다.

명승 지정을 위한 문화재청의 공식 명칭은 ‘울주 반구대 일원’(Bangudae Cliff and Surroundings, Ulju)이다. 자연경관이 뛰어난 곡류 하천을 따라 공룡화석발자국 등 역사문화유산이 이어진다.. 감입곡류 하천을 중심으로 절벽, 협곡, 구하도, 하적호 등 다양한 지형경관이 연속되면서 주변 숲과의 조화로운 경치도 한몫 거든다. 무엇보다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 등 선사시대부터 이어지는 역사문화와 조선시대 구곡과 같은 명승 문화를 조망할 수 있기에 더욱 의의가 높다. 반구대·집청정·반구서원·모은정·연로개수기 등 개별 유적에 얽힌 다양한 사연에다 동매산 자연습지 역시 이번 지정 요건 중 중요한 항목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명승 지정 움직임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삼세번째’ 시도 만에 겨우 결실을 보는 것이다. 2001년 울산시의 지정 신청은 문화재청 심의에서 부결됐고, 2013년에는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실패했다. 당시의 주민 반발은 울산의 식수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식수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이지만, 그 대신 정부 주도의 낙동강 통합 물 관리 방안이 대안으로 기대감을 모았다. 7년이 지난 현재는 반구대 보존 필요성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이 달라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9월에 열린 울산대곡박물관 학술대회에서는 토론자인 신재열(한국명승학회 총무이사) 경상대 교수가 ‘대곡천 암각화군’의 세계유산 등재에 앞서 국가지정문화재 ‘명승’부터 우선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 일대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면 유산 자체의 물리적 보호와 학술적 연구에 대한 토대가 마련돼 효율적인 보존과 유지 방안이 마련될 수 있다며 향후 유네스코의 심의에서도 유리하게 작용되도록 세계유산등재 신청 전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후 명승 지정 작업은 올들어 급물살을 탔고, 실제로 그 결실이 눈 앞에 있다. 그래선지 결코 가볍지않은 명승 지정 과정을 반구대 암각화의 세계유산등재를 위한 사전포석에 지나지 않는다며 지나친 가치 폄훼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런 가운데 대곡천 주민들이 지난 8일 공청회에서 명승 지정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와 수십년 간 개발행위를 제한당한 억울함을 호소하며 다수의 선행과제를 소리 높여 주장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곡천은 명승 지정과 함께 종합정비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세계유산등재의 근본취지인 유적지 보존과 지자체 및 지역사회의 개발요구가 적절하게 평형을 유지하는 것이 여전히 관건인 가운데, 울산시와 문화재청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 지 또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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