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프롤로그 - 느끼는 만큼 아름답다

 

전문지식·학문의 영역인 건축
실용적 공간의 미학으로 변모
창작의 영역 무궁무진 하지만
기술적 한계와 예산 등 반영해
자연과 조화로운 공간 만들어야

건축역사 속에서 아름다움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다만 훌륭한 건축가가 남긴 결과물과 그에 담긴 건축철학은 늘 새로운 영감과 놀라움의 대상이었다. 이를 바라보고 느끼며 해석하는 경험이 축적되면서 이제는 전문지식이나 학문의 영역을 너머 ‘실용적 공간 미학’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주거공간의 변화는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지며 일어난 당연한 결과다. 현대사회의 건축설계사는 건축의 개념과 구조를 이해하고 시행규제의 테두리 안에서 실질적인 구상작업으로 옮겨간다. 하지만 설계작업 이전에 반드시 건축주와 충분한 소통의 시간을 갖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시행착오를 최소화 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건축주가 어떠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할 때, 건축가는 자신의 소신을 충분히 설명하는 과정에서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는 건축물을 제시해야 한다. 동떨어진 하나의 건축물은 창의성은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결과적으로는 더이상 편안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건물로 변하기 쉽다.

건축철학은 경계선이 없는 크리에이션(creation)에 대한 도전이다. 수많은 아이디어를 클릭하면서 이미지네이션을 하게 된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융합하고, 아프리카의 이미지를 과감히 옮겨놓고, 사막의 별과 달을 거침없이 도면에 옮겨 놓을 수 있는 감각이야말로 새로운 예술적 가치를 창출하는 작업이다.

다만 어떤 정체성을 세우고 실현시키는가에 따라 우리의 삶에 가장 적합한, 최선의 공간 가치가 성립된다. 물론 이에 대한 건축주의 기대치는 건축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보다 훨씬 스펙트럼이 넓을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조와 기술적 제한 그리고 예산에 대한 충분한 설명으로 건축주의 이해를 구하는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이러한 건축과 디자인 과정에 들이는 노고의 결과가 실패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설계단계부터 인테리어 디자이너, 조명 디자이너, 그리고 조경 디자이너의 전문적 의견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서로가 서로의 전문성을 이해하면서 보완과 개선을 반복하는 과정은 배려와 존중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누구의 프로젝트가 아닌, 우리의 프로젝트가 될 때 완성도는 더욱 높아진다.

한 공간 안에서 하나의 프로젝트가 추진될 때, 특별하게 다가오는 창의적인 디자인에 대해 공유와 분리를 동시에 체험하는 것은 참으로 드라마틱하다.

이 때 공간의 크기에 너무 의미를 두는 것 보다 공간의 목적에 더 무게를 둘 줄 아는 것이 ‘프로’라고 생각한다. 프로의식은 절제성 있는 디자인을 구상하면서 목적을 실현시키는데 있어서도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변화와 공법을 선택할 수 있는 도도함, 그 도도함을 실현하기에 앞서 경제논리에 너무 반응하지 않겠다는 자존감도 필수다. 프로는 그 자존감의 가치를 인정받을 때 최고의 작품을 연출할 수 있다.

작품도 중요하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가치는 바로 익숙함이다. 그 중심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 최애린 공간디자인전문 레드게이트 대표

건축과 디자인에 관한 공론의 장에서 안도 타다오(1941~)가 자주 거론된다. 그는 미니멀리스트의 선봉에 선 세계적 건축가 중 한 명이다. 필자는 그의 디자인에 매료된 지 이미 오래다. 모노적 형태, 기하학적인 선, 한계성 있는 소재 선택, 본인만의 시그니처인 노출 콘크리트 디자인에서 예술가로서의 ‘순수’와 건축가로서의 ‘정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공간을 분리하면서도 내부와 외부의 느낌을 차단하지 않고, 소통을 전제로 하면서도 개인적 공간 역시 잊어버리지 않는다. 내부의 공간은 추상적으로 이끌어가면서 빛과 채광이 조화롭게 스며들도록 한다. 굳이 없어도 되는 소재는 더 이상의 미련을 두지 않는다. 이러한 내부 공간을 물과 바람, 하늘빛으로 스며들게 하는 개념 발상이야말로 인간을 중심에 두었기에 가능하다. 그 철학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그 어떤 건축도 정답이 있을 수는 없다. 가치성은 제 몫이고, 느끼는 만큼 아름답기 때문이다. 유일무이한 건축물도 어느 시공간에 다다르면 또다른 건축가 이타미 준(1937~2011)의 표현처럼 ‘자연으로 돌아가는 긍정적인 순리’를 따라야 한다.

숨가쁘게 빠른 이 환경변화에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공간 연출은 자연과 공생하면서 서로 보듬어주는 자세가 아닐까 한다. 한 방울의 물도, 한 포기의 풀도 나만의 것이 아니고 그 한 줌의 흙이 온전할 때, 비로소 예술이 시작 될 수 있다. 그리고 또다른 역사를 맞이하면서 독특한 아이디어가 새로운 시대에 맞춰 형태를 갖춰 갈 것이다. ‘높이 더 높이’ 보다 ‘같이 모두 같이’를 향한 가치관을 지향할 때 ‘쉼’을 주는 공간이 탄생한다.

‘건축은 종합예술이다. 함께하는 사람들의 하모니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최애린 공간디자인전문 레드게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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