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권 맑은 물 공급 십수년째 원점
시, 대암댐 식수용도 전환까지 검토
식수 대부분 낙동강 물에 의존할 판

▲ 신형욱 사회부장

울산시가 대암댐을 식수 용도로 전환 가능한지 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 세계 물의 날(3월22일)에 들려온 소식이다. 물 전쟁 시대에 음용이 가능한 물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데야 딱히 논박할 일도 아니다. 그런데 속 사정을 들여다 보면 ‘이게 뭐하는 상황이지’ 싶다. 울산시가 앞장서기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울산시는 국보 반구대 암각화 보전과 맞물려 있는 울산의 맑은 물 공급 방안이 해소되지 않자 이 방안을 만지작거리는 듯하다. 그것도 맑은 식수가 아닌 단지 음용수로 활용할 수 있는 물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시와 문화재청은 이미 울산의 청정수원인 사연댐 물 포기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세계적 선사유적인 반구대 암각화를 물고문에서 건져내기 위해, 반구대 암각화가 발견된 지 꼭 50년이 되는데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우선등재 목록에 포함된 올해 무언가 성과물을 내어놓겠다는 조바심으로 비칠 정도다. 문화재청보다 울산시가 더 적극적이다.

정부는 울산이 청정수원인 사연댐을 포기하는 대신 청도 운문댐 물 일부를 울산에 주는 광역 물관리 방안을 십수년째 추진해 왔다. 하지만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를 거쳐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4년을 성과없이 허송세월하다시피 했다. 운문댐 물의 울산 공급은 한발짝도 못나가고 있다. 울산권 맑은 물 공급과 연계된 경북권 맑은 물 공급사업의 한 당사자인 경북 구미시가 미동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역부족인 듯하다.

민선 7기는 반구대 암각화를 볼모로 물문제를 붙들고 있다는 얘기가 듣기 싫어서인지 취임 초부터 울산 청정식수 문제에 관대했다. 이전까지의 사연댐 수위조절과 맑은 물 공급 동시 해결이란 원칙은 슬며시 사라졌다. 아니 오히려 더 나아갔다. 반구대 암각화를 일단 물에서 건지겠다며 앞장서 수위조절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러는 사이 환경부가 지진 보강 대책으로 앞서 진행하던 사연댐 수문설치와 비슷한 효과를 가진 방류터널을 설치하기 위한 용역이 중단되면서 흐지부지 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사업은 취수탑 신설을 포함해 276억원 전액 국비가 투입되는 사업이다.

이젠 대암댐까지 식수 논쟁의 중심으로 끌고온 형국이다. 대암댐의 식수댐 전환은 울산의 물부족 문제가 나올 때 문화재청이 단골메뉴로 꺼내든 논리다. 대암댐은 낙동강 물을 받아 가두어 두었다가 공업용수로 사용하는 댐이다. 이전까지 울산시는 대암댐은 자연수 유입이 많지 않아 식수댐 전환은 안된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런데 지금은 대암댐의 식수댐 전환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대암댐을 준설해 담수능력을 높여 사연댐 수위조절에 따라 감소하는 유효저수량을 충족 할 수 있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대암댐은 근본적으로 사연댐처럼 청정수원이 아니다. 담수능력을 높인다 하더라도 낙동강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울산은 식수의 대부분을 낙동강물에 의존하게 된다. 낙동강수계에 있는 부산과 대구 등이 오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낙동강물을 덜 먹기 위해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마당에 울산시민들만 점점 낙동강물을 더 많이 마시도록 하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더욱이 부산은 정부와 협의해 낙동강하굿둑 개방에 열성을 보이고 있다. 30년 전 페놀 사태로 수질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울산시민은 최악의 경우 소금물까지 먹어야 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을지 모른다. 대암댐의 식수댐 전환도 쉬운 일은 아니다. 5년 전 울산시가 밝혔듯이 대암댐 식수 전환시 삼동은 물론 역세권 개발이 한창인 KTX울산역 일원과 언양 등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일 수 있다. 울주군은 대암댐 일원 관광자원화 모색도 추진 중이다. 공업용수는 또 어떻게 확보하나. 이래저래 반발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올해 물의 날 울산의 물 주권을 얘기하는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나마 청정수원이 있는 현재도 정수기를 사용하거나 생수를 사먹는 가정이 대부분이다. 시민들의 물 사용량도 줄지 않고 있다. 울산시민들은 묻고 싶어한다. 울산의 식수 문제 정말 괜찮은 겁니까? 울산시가 답을 내놓아야 한다. 신형욱 사회부장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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