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구도심 재건축 활성화 대안
민간 신규주택 공급기회 늘려주고
공공·임대주택 공급대책 마련해야

▲ 김영민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우리나라에서 현대적 의미의 신도시가 최초로 건설된 곳은 울산이라고 한다. 1962년 울산이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후 공장건설로 인구가 증가하면서 15만 규모의 현대적 신도시 건설이 추진되었던 것이다.

수도권에서는 1988년 올림픽 이후 급등하는 집값 안정을 위해 200만호 주택건설을 추진하면서 5개 지역에 1기 신도시가 건설되었다. 당시에는 주택보급률이 턱없이 낮았고 인구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시기였기에 비록 자족기능이 떨어지고 베드타운화했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대규모 주택공급을 통해 폭등하던 집값을 안정시키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지난달 광명시흥 지역이 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된 후 LH공사 직원 등이 개발정보를 이용해 이 지역에 땅투기를 했다는 의심을 사면서 크게 논란이 일고 있다. 2003년에 시작된 수도권 2기 신도시가 미완인 상태에서 2018년말 정부는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하남 교산, 남양주 왕숙 등에 3기 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때 신도시 지정이 유력했던 고양 원흥지구는 LH 직원에 의해 도면이 유출되어 부동산 투기논란이 일어남에 따라 3기 신도시 1차 발표 시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듬해 유출된 도면과 상당 부분이 겹치는 고양 창릉지구가 추가로 신도시로 지정되면서 투기꾼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되었는데 안타깝게도 당시 정부가 미처 이점을 고려하지 못했던 것 같다.

과거와는 달리 인구구조가 크게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대규모 신도시 건설이 적정한 지에 대해 정부는 이번 기회에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인구는 이미 감소하기 시작하고 있고 고령화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예정된 3기 신도시가 완공되려면 빠르면 3~5년, 긴 곳은 5~10년이 소요될 수 있는데 3기 신도시가 완공될 시점이면 인구감소가 본격화될 수 있어 신도시와 인근 구도시간 격차 문제가 크게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신도시가 완공되면 서울에서 신도시로 이주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주변 구도시에서 신도시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구도시는 노후화되고 주민들도 고령화되어 재건축 등이 어려워지면서 쇠퇴와 침체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

또한 신도시 지정시 주변 토지가격이 급등하기 때문에 소규모 토지를 가진 원주민들은 토지보상금으로 주변에 마땅한 농지와 주거지를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원주민들은 토지보상금을 더 많이 요구하고 협상타결에 시간이 많이 걸리면서 신도시 건설이 예정보다 상당기간 지연될 수 있다. 또한 신도시 지역이 광범위 하다 보니 개발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사람들에 의해 투기가 광범위하게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토지보상금중 일부는 부동산시장으로 돌아와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현재 당면한 토지보상액이 5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기사를 보면 이 또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편 요즘 젊은 층은 신도시라 하더라도 경기지역 보다는 서울 도심에 거주하기를 원하는 현상이 강해 경기도내 신도시 개발이 단기적으로 서울지역 집값 억제에 크게 기여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한다.

정부는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 안고 있는 이러한 문제점을 이번 기회에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구도심 재건축 활성화를 통해 민간이 스스로 신규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 정부는 민간이 하기 어려운 공공주택, 임대주택 등을 신속히 공급하는 형태로 방향 전환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과밀화된 수도권 개발을 억제하고 대신 지방을 살기 좋은 곳, 일자리가 있는 곳으로 발전하도록 적극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는 대규모 신규 업무단지 개발, 공장유치 등을 자제하여 수도권 인구집중을 막고 지방 우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수도권도 살고 지방도 살 수 있는 길임을 잘 알았으면 좋겠다. 김영민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