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현주 경제부 기자

“울산이 ‘0’명대 출산율 도시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통계속 숫자놀이로 자평하기 보다 정책이 가진 허점을 되돌아보고, 생애주기별 맞춤형 출산정책에 대해 심도깊이 고민해야 한다.” 만나는 시민들마다 울산 인구 유출, 출산율 저하 등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습이다.

주말 가족드라마에서 쉽게 봐왔던 결혼과 출산을 끝으로 훈훈하게 연출되는 장면이 현실에서 실현해 내기가 ‘그림의 떡’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높다. 도시의 생존 자체가 이제 인구와 출산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국내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울산에서 2484명 빠져나갔다. 순이동률은 -2.9%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다. 탈울산행렬은 63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다 혼인건수와 출생아수도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든다. 긴급 처방이 시급하다.

그런데 같은날 울산시는 전국적으로 저출산 현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지난해 울산의 합계출산율과 조(粗)출생률이 특·광역시 중 가장 높다고 보도자료를 내고 자평했다. 울산의 합계출산율은 0.99명, 조출생률은 5.8명인데 각각 전국 평균인 0.84명과 5.3명을 웃돌았고, 서울·부산·대구·인천·대전·광주·울산 등 7개 특·광역시 중 가장 높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울산시의 출산율이 매우 높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통계의 함정이다. 7개의 특·광역시만 놓고 비교한다면 인구수가 비교적 적은 울산이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세종시의 합계출산율이 1.28, 조출생률은 10.0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세종시는 전국 17개 시도 중 범접하기 힘든 독보적 1위 도시다.

통계청이 매월·매년 출산율을 파악하는 것은 출산에 대한 정확한 현황을 파악해 효과적인 정책 수립을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다. 울산시 역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맞춤형 출산·양육 정책을 펼쳐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울산’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울산의 합계출산율은 0.99로 2019년까지 유지해왔던 ‘1’마저 사라졌다. 울산도 ‘0명’대 출산율 도시가 시작된 것이다. 인구수와 출산율 그래프를 상향시키기 위한 주판 튕기는 전략은 기본이고, 지금이라도 보다 현실적이고 강력한 중단기 수치 향상 전략마련이 필요하다. 석현주 경제부 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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