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태화강 국가정원 확장

▲ 큰평화 태화강국가정원 프로젝트

울산시가 지난해 7월 태화강국가정원 지정 1주년을 맞아 ‘큰 평화 태화강 국가정원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2025년까지 1257억원을 들여 랜드마크(전망대) 유치와 실내식물원, 백리대숲스카이워크, 태화강가든브릿지, 울산정원지원센터, 다섯 계절의 정원 등의 구체적 사업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올 들어 이 사업들에 대한 추진계획을 차례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태화강국가정원의 미래를 그려보고 아울러 문제점을 진단해봅니다.

국가정원 지정 1주년 프로젝트
인지도 향상·체류관광 활성화
문화·상업시설 통한 수익 창출
2025년까지 총 1257억원 투입
총 면적 83㏊→126.5㏊로 확장
남산전망대·가든브릿지 등 추진
과잉시설 생태도시 이미지 퇴색

-태화강 국가정원을 어떻게 확대한다는 건가.

“현재 83㏊인 국가정원의 면적을 126.5㏊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올해 1월 도시관리계획변경을 위한 용역을 시작했습니다. 태화강국가정원이 하천 중심으로 설정돼 있어 하천법으로 인해 개발행위에 제한이 많습니다. 그래서 남산 등 외곽지역으로 확장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남산으로 국가정원을 확산하는 방법은.

“관광수익 창출을 위해 국가정원과 관련된 유료 문화·상업시설을 태화강 남쪽에 건립하는 것입니다. 먼저 지난 2월에는 남산로에 있는 주유소를 사들여 실내식물원과 정원지원센터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어 3월에는 남산에 타워형 전망대를 건립하겠다는 계획도 구체화했습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다섯 계절의 정원 연출’을 위해 세계적인 정원디자이너 피에트우돌프(Piet oudolf 네덜란드)를 초청해 자연주의 정원을 조성할 계획도 내놓았습니다. 다만 백리대숲 스카이워크는 예산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올해는 추진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숲 훼손에 대한 우려도 이유의 하나로 짐작됩니다.”

-실내식물원과 정원지원센터는 어디에 건립하나.

“태화로터리와 삼호동 사이 강쪽으로 5개의 주유소·충전소가 있습니다. 500m 남짓 길게 생긴 땅인데 면적으로는 7810㎡입니다. 이들 부지를 사들여 실내식물원과 정원지원센터를 짓겠다는 것입니다. 부지매입비는 2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남산로 주유소 부지가 식물원 등으로 적합한 입지인가.

“실내식물원과 정원지원센터는 국가정원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가치를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입니다. 하지만 남산로 주유소 부지는 부지면적이 좁은데다 현재로서는 태화강으로부터 접근이 쉽지 않다는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앞쪽으로는 거의 차량만 다니는 4차선도로가 인접해 있습니다. 4차선 도로를 건너 150억원을 들여 조성한 동굴피아가 있습니다만 찾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자연친화적인 시설인 식물원이나 정원지원센터와 어울리지 않는 곳입니다. 국가정원의 확장이라는 개념에도 적합할지 의문입니다.”

-남산에 전망대 건립 계획은 구체화한 것인가.

“울산시는 남산 위에 태화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카페와 편의시설이 있는 타워형 전망대를 짓겠다고 합니다. 전망대 건립위치는 3곳으로 압축했습니다. 건립비용은 민간자본 200억원을 유치한다는 계획입니다. 전망대와 함께 케이블카 설치계획도 나왔습니다. 태화동에서 태화강을 가로질러 남산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코스입니다.”

-태화강 전망대가 필요한 시설인가.

“평야지대에 도시가 조성된 서구와는 달리 우리 선조들은 산 위에 누각을 짓거나 혹은 전망이 좋은 곳을 골라 대(臺)라는 이름을 붙여 전망대로 삼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울산 남산에는 전망대가 많습니다. 솔마루길에 조성돼 있는 남산루, 솔마루정, 비내정 등 누각과 고래·태화강·남산전망대라는 이름이 붙은 데크가 모두 태화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좋은 전망대입니다. 태화강국가정원은 생태도시울산의 상징입니다. 굳이 산 위에 콘크리트건물을 올려 전망대를 만들 필요는 있을까 싶습니다만, 혹여 강행한다면 전망대 자체가 세계적인 건축물이 돼야 할 것입니다.”

-시는 태화강 국가정원을 왜 확대하려고 하나.

“국가정원의 인지도 향상과 체류 관광객 증가가 목표입니다. 태화강국가정원은 야외의 자연환경으로서 열린 공간이므로 현재는 ‘수익률 제로’라는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국가정원 새로운 수익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 울산시가 밝힌 이유입니다.”

-태화강국가정원이 수익을 창출하는 관광자원이어야 하나.

“태화강은 국가정원이나 관광자원이기 이전에 울산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매우 중요한 공간입니다. 국가정원 지정으로 울산시민들의 자긍심을 드높이긴 했으나 직접적인 수익을 발생시켜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지역경제를 활성화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혹여 관광자원화를 위해 소중한 강변과 인근 지역을 주차장으로 조성하는 등으로 환경을 훼손하고 관광객들의 인기를 얻게 되면 오히려 울산사람들이 태화강으로부터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관광수익 창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울산시민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생활의 강이’라는 사실입니다.”

-태화강 국가정원을 확대할 필요가 없다는 건가.

▲ 정명숙 논설실장

“태화강은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길이 백리의 하천입니다. 스토리텔링을 해서 강을 따라 상류 쪽으로 천천히 필요한 시설들을 하나하나 조성해가면 될 것입니다. 지금처럼 5년 내 남북으로 급속하게 확장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오히려 자연친화적 생태도시와는 거리가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정주여건이 나빠지면 인구는 점점 더 줄어들게 됩니다. 세계적인 도시들은 ‘15분 도시’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걷거나 자전거로 15분 내에 일과 주거, 쇼핑, 문화 생활이 가능한 도시를 말하는 ‘15분 도시’는 자동차 이용을 줄여 생태와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태화강국가정원 확대 프로젝트가 자칫 세계적 흐름을 역행하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합니다.”    정명숙 논설실장  ulsan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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