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 의료기관 우선순위 접종
본격적인 백신접종 시작된 이후
응급의료·환자쏠림 혼란 줄여야

▲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3월부터 울산도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요양병원 입소자, 구급대원, 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먼저 이루어졌고 울산병원의 의료진들 역시 1차 접종을 완료했다. 보건소 및 유관기관에서 잘 준비해 준 덕에 4월 혹은 멀지 않은 시기에 전체적으로 차례차례 접종이 이루어질 예정이라 한다. 외국의 사례를 봤을 때 백신의 효과는 명확하다. 하루 7만명 가량 확진자가 나오던 영국은 1월에 백신 접종을 시작한 후 그 수가 90% 가량 줄었다. 이제 성공적인 백신 접종 ‘진행’을 위해 부차적으로 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백신은 접종준비까지도 많은 과정이 있었지만 접종 후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어느 백신이든 접종 후엔 일시적으로 열이 나는 경우가 있는데, 코로나19 백신 자체가 처음 만들어졌고 처음 맞는 것이다 보니 기존 다른 백신들보다 접종 후 반응들이 다양하고 접종 전부터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현재까지의 사례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보면 걱정할만한 일은 아니지만, 접종 후 불안하거나 몸에 살짝 부담이 갈 경우 보통 야간에 응급실을 많이 찾기에 본격적으로 접종이 시작되면 일시적으로 응급실들이 포화상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증상이 가벼운 환자들이지만 연령대도 다양하며 침상안정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보살펴 드려야 하기에, 응급실에선 이분들을 보살펴 드리면서 동시에 중환자 혹은 실제 코로나 가능성이 있는 환자들을 수용하거나 같이 봐야하는 부담이 생긴다. 접종은 한번에 많은 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위의 상황에 대한 대비는 필요해 보인다.

물론 유관기관에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는 걸로 알지만, 한가지만 첨언하자면 의원급 접종시기를 신경써주었으면 한다. 타지역의 경우 의료기관 종사자보다 일반인 접종계획이 먼저 잡혀있는 경우도 있던데 일단 울산은 4~6월 사이에 여러 그룹과 의료기관(주로 의원) 및 약국 종사자 접종계획이 누가 먼저인지 명확하지 않게 같이 잡혀있는 걸로 안다. 만약 그룹간의 접종시기 차이가 크게 안 난다면, 의원급 의료기관을 접종 우선순위에 둬줬으면 한다.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는 의원에선 현재도 코로나 가능성이 있는 환자들을 포함해 고정 환자들이 방문 중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의심환자는 병원만 찾는게 아니라 의원을 들렀다가 의심진단을 받고 병원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환자들은 그 의원의 전공이 무엇인가와 상관없이 평소 다니던 병원이기에 일단 몸이 안 좋으면 찾는 경우도 꽤 있다. 정형외과 의원에 감기약 처방차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와 관련해 역할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의원들 역시 일선에서 진료하며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게 사실이다.

둘째는 앞서 이야기한 응급의료 및 환자쏠림 관련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발열환자는 병상이 있는 병원만 찾는게 아니며 병상이 없는 의원이라고 발열환자를 못 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의원 종사자들이 백신 접종이 안된 상태에서 일반인 접종이 먼저 시작된다면, 백신 접종 후 가볍게 열이 나 의원을 찾는 환자들이라도 의원에선 ‘개중에 실제 코로나 환자가 있을 수도 있는데 나는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심리적 부담에 상급병원으로 계속 전원시킬 수 있다. 그러면 전원을 받은 병원들은 일시적으로 과포화 상태가 되고 정말 필요한 중환자를 보는데 지장이 생길 수 있다. 의원 종사자들에게 먼저 접종이 이루어지는 것은 이러한 부담을 줄이고 환자를 분산시킬 수 있다.

이런 시기엔 모두가 연대하여 크던 작던 각자의 역할들을 해내야 한다.

현재 새로 확장하고 있는 울산병원 응급실에는 격리공간이 5개가 만들어 진다. 분리 수용을 넉넉히 하기 위해서인데,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고 난 후엔 일시적으로 이 공간들이 전부 다 찰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같은 일개 병원은 이처럼 전체 안에서 역할을 고민하고 대비해야 하는 부분이 또 있으리라. 대유행이 시작된 이래 지금껏 1년 넘게 다같이 잘 버텨왔고 드디어 백신 접종 단계까지 왔다. 이후엔 일상을 되찾는 일만 남아있다. 마지막까지 멋지게 해내길 진심으로 바란다.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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