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음식 하면 中·日만 떠올려
지속 홍보·세계시장 흐름 파악
전 세계에 김치 제대로 알려야

▲ 정영혜 울산과학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울산북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얼마 전 보도된 중국 김치공장의 ‘알몸 절임’ 동영상은 국내 김치 소비층을 경악시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생산 방법이 2019년 중국에서 금지된 방법이며 혹여 있다고 해도 수입 과정에서 적발될 수 있다고 했지만 이제는 식당에 차려진 김치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지난해 중국의 45개 김치 제조업소 가운데 14곳이 위생상태 불량판정을 받았다. 식약처는 앞으로 통관심사를 강화하고 식중독 검사까지 시행하겠다고는 하나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중국산 김치의 위생문제 대두로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는 식당들에 비상이 걸렸다.

국산 김치를 제공해서는 지금의 가격으로 식당을 운영해나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많은 식당들이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는 이유는 국산 김치가 중국산 김치보다 3~10배나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우리나라 김치 수입량은 역대 최고로 30만t을 넘겼다. 대부분은 저가의 중국산 김치로 국내 김치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고 그 중 80%는 음식점으로 보내진다. 반면 김치 수출은 수입량의 10% 수준에 그치고 있어 우리나라가 김치 종주국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뿐이다.

요즘 종편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몇몇 우리나라 드라마를 보면서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등장인물들이 즉석 비빔밥을 먹고 있는 장면에서 포장이 중국 브랜드로 되어있었고, 또 다른 드라마에서는 여고생들이 편의점에서 중국식품 브랜드의 훠궈를 먹고 있는 장면이었다.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중국식품이 한국드라마의 PPL(간접광고)로 나온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히 우리를 대상으로 한 것뿐 만이 아니라, 한류에 기생하여 중국의 제품을 세계에 광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지상파에서 방영된 사극에서는 중국의 월병, 중국 술, 피단이 마치 우리의 전통 음식처럼 차려져서 방영되고 역사를 왜곡하는 내용들까지 포함돼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다. 결국 방송중단을 촉구하는 대국민청원까지 논란이 커지자 협찬과 제작지원을 한 기업들이 지원을 철회하여 결국 방송 2회만에 조기 종영됐다.

문화잠식과 이러한 역사 왜곡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의 식문화를 지키려는 자세와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중국산 김치의 문제에서 벗어나고 식당에서 국산김치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국산김치를 제공할 때 따로 가격을 지불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식당운영자 입장에서는 국산 김치 제공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약간의 돈을 추가 지불함으로써 양질의 김치를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 우리의 식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진출하기 위해서는 우리 식문화의 우수성에 대한 지속적이고 전략적인 홍보와 함께 세계시장의 흐름과 요구도를 파악하여 균형을 잡는 것이다.

6년 전, 한국의 유학생 3명이 미국 유타주에서 컵밥 푸드트럭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례가 방송되었다. 이들은 ‘한국 바비큐’의 맛을 컵에 담는 데 그치지 않고 메뉴와 서비스에도 고객의 수요를 반영했다. 배달은 물론, 고객이 한국어로 말하면 음식을 더 주는 모습은 재미와 자부심까지 느끼게 되는 부분이었다. 그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판매전략이 지금까지 푸드트럭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들의 비결이 아닐까.

최근의 K-푸드 열풍은 우리 식문화를 세계에 전파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우리나라 작은 업체가 김치를 건조가공시켜 파우더로 만든 제품이 아마존에서 성황리에 판매되고 있다는 사례는 김치의 세계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 주고 있다.

그동안 한식의 세계화는 정부의 허술한 정책과 지나친 고급화와 보수성으로 지체되어 왔다. 중국음식과 일본음식이 동양음식이라는 이미지를 차지하고 있는 지금 BTS 등 한국 아이돌의 세계정상 탈환과 한류 열풍을 발판으로 우리의 음식을 알리고 지키는 것에도 분발해야 할 때다. 세계인들이 김치를 Korean Paocai가 아닌 Kimchi로 분명히 인식할 수 있도록. 정영혜 울산과학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울산북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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