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은 부동산 투기로 요동친 한 해였다. 서울 강남에서 시작된 아파트 청약투기 회오리는 급기야 울산에까지 파급됐다.

 아파트 분양권의 전매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분양권만 당첨되면 프리미엄이 2천3천만원씩 붙어 그 자리에서 판매됐다.

 이같은 열풍에 너도나도 청약시장으로 달려나가는 바람에 롯데인벤스가 모델하우스 앞은 모델하우스 개관날부터 분양권 추첨이 있은 며칠동안 줄이 길게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오로지 월급만 믿고 살던 직장인들은 아파트 청약 현장에서 순식간에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을 챙기는 투기꾼들을 보고 일손을 놓는 좌절감에 빠지기도 했다. 청약통장이 뭔지 잘 몰랐던 울산사람들은 청약통장의 귀중함을 새삼 깨닫고 줄을 서서 은행을 찾았다.

 이 가운데 경부고속철역 예정지인 울주군 삼남면 신화리의 땅값이 치솟으면서 외지 투기꾼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공영개발을 천명하고 난 뒤에도 투기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울산시과 건교부는 급기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부동산투기가 극성을 부리자 올 한해동안 정부는 잇따라 대책을 내놓았다. 투기과열지구를 확대한 5월23일 아파트가격 안정 대책에 이어 지난 10월29일 고강도의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전국의 부동산 시장에 서서히 찬바람이 불기 시작해 11월18일 울산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전매가 금지되자 울산의 부동산 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강도높은 부동산 대책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어서 부동산 경기전망은 안개속같이 불투명하다.

 전체적인 경제불황으로 인해 신규 건축이 줄어들면서 건설도 불황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강도높은 부동산 대책은 건축경기를 더욱 악화시켰다. 일산아파트 등 재건축사업이 더 이상 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재건축 외에도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발주도 여의치 않아 지역 건설업계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핫뉴스 10

 △울산 투기과열지구 지정=올초부터 끊임없이 투기지역 후보에 올랐던 울산은 11월18일 전국의 광역시와 함께 일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됨으로써 분양권 전매가 원칙적으로 전면 금지됐다. 지난 10·29대책의 후속조치로 이뤄진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울산과 부산, 대구, 광주 전 지역과 경남 창원, 양산시에 대해 이뤄졌다.

 △롯데인벤스가와 대우 푸르지오 청약 과열=입주를 앞둔 현대문수로I파크아파트의 분양권에 프리미엄이 붙어 판매되기 시작하자 지난 9월과 10월 남구 신정동 롯데인벤스와 중구 남외동 대우푸르지오 분양에서는 울산에서 사상 유례없는 청약 과열현상이 빚어졌다.

 분양 현장에는 서울 등지에서 내려온 "떴다방"이 극성을 부렸고, 당첨자의 분양권에는 즉석에서 2천만~3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롯데인벤스가의 33평형 청약경쟁률은 1순위끼리 35대1, 푸르지오아파트 33평형은 1순위끼리 6대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신화리 부동산 4배로 폭등=울산시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고속철도 울산역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진 울주군 삼남면 신화리 일대에 대한 공영개발 방침을 밝혔으나 투기붐은 하반기에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신화리 일대의 논은 1년 반만에 4배 가량 폭등, 30만원선에서 거래됐다. 특히 올들어서는 서울과 부산 등의 외지 투기꾼들까지 몰려와 이른바 "묻지마 투자"를 하는 바람에 상당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부동산 투기 및 떴다방 단속=롯데인벤스와 대우 푸르지오에서 청약 과열 현상이 발생하자 울산에서 사상 처음으로 "떴다방" 단속반이 만들어졌다. 울산세무서와 관할 구청 관계자들은 분양현장에 직접 나가 단속을 벌였다.

 부산지방국세청은 11월 중순부터 울산지역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분양권을 다수 거래한 투기혐의자에 대해 강도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울산세무서는 남구 모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대해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중적인 세무조사를 실시, 울산지역 부동산중개업소들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고 휴업을 하는 등 크게 위축됐다.

 △5·23"10·29 잇단주택가격안정 종합대책 발표=정부는 지난 5월23일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는 투기과열지구를 수도권 전역과 충청권 일부로 확대하고 투기지역내 300가구 이상 주상복합 아파트 및 조합아파트 등에 대한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는 일시적인 충격요법은 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5·23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자 정부는 10월29일 다시 고강도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주상복합아파트의 전매제한과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고 재건축 후분양제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으로 된 이 조치는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주어 전국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신화리 일대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11월19일 부동산 투기붐이 극에 달했던 삼남면 신화리 일대가 뒤늦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삼남면 뿐만 아니라 언양읍과 두서면 일부 마을까지도 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거래는 울주군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건설경기 최악=부동산 규제정책에 따라 건설경기가 최악으로 가라앉았다. 상반기에 일부 호조를 보이던 관급공사가 중반부터 줄어들기 시작한데다 부동산 규제정책의 잇단 발표로 민간부문 공사도 거의 없어 건설업체들은 장비를 놀리고 있는 실정에 이르렀다. 지난 9월 울산지역의 건설 발주액은 전년 동월 대비 94%나 감소한 것으로 통계청 조사 결과 나타났다.

 △연말 공공부문 건설 발주 전년동월 대비 1천배 증가=그나마 연말로 접어들면서 공공부문 발주액이 대폭 늘어나 건설경기가 조금 살아나고 있다.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던 건설업이 10월들어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부문의 발주액이 크게 늘어나면서 전년 동월대비 무려 1천428%나 증가했다.

 △청약 통장 9월 한달동안 5천300여개 증가=청약통장 없이는 청약신청서조차 접수하기 힘들어지자 청약통장 가입열풍이 불었다.

 청약부금, 청약예금, 청약저축 등 3가지 청약통장은 올해 초만 해도 한달에 1천몇백개씩 늘어나다가 지난 9월 들어서는 한달만에 5천318개가 늘어나는 등 급증세를 보였다. 9월 한달동안 하루에 177개의 통장이 새로 만들어진 셈이다.

 특히 청약예금과 청약부금은 8월까지 거의 매달 1천개 미만으로 증가하다가 9월 들어서는 2천485개와 2천435개가 늘어났다.

 △재건축 신청 봇물=7월부터 도시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시행돼 재건축 절차와 기준이 까다로워졌다. 대신 사업승인을 받으면 입주까지 걸리는 기간이 이전 보다 훨씬 줄어들게 됐다.

 이같은 도정법 때문에 울산지역에서는 까다로워진 새 법규를 적용받지 않기 위해 상반기 동안 재건축 신청이 집중됐다. 이재명기자 jm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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