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사회부 차장

오는 7일이면 새로운 울산 남구청장이 선출된다. 이번 선거를 통해 당선되는 새 구청장은 1년 2개월여의 짧은 임기를 수행하게 되지만, 울산의 중심 구의 구청장 선거인데다 내년 지방선거·대통령선거 등과 맞물려 짧은 임기에 비해 중요성이 높다. 장기간 수장 부재를 겪은 주민들과 공무원들이 거는 기대도 크다.

남구에는 전임 구청장이 추진하다가 중단된 ‘공업탑 스카이 시민광장’ 등의 대규모 공약사업은 차치하고라도 각종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장생포 문화창고의 성공적 운영 방안, 야음근린공원 개발, 농수산물도매시장·옥동군부대·장생포 미포조선 이전 부지 개발 활용 방안 등 남구 뿐 아니라 울산시 등과 협력해 남구와 울산의 미래 발전을 도모할 굵직하고 중요한 현안들이 줄줄이 대기중이다.

이러한 현안들과 함께 신임 남구청장에게는 또 하나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있다. 바로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내 남아 있는 4마리 돌고래의 방류 및 향후 고래생태체험관 존폐 문제다.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은 지난 2009년 개관 이후 일본 다이지에서 들여오거나 생태체험관에서 태어난 총 12마리의 돌고래 중 8마리가 폐사했다. 폐사율이 67%로 돌고래 수족관이 있는 국내 시설물 중 가장 높다. 이에 고래생태체험관은 ‘돌고래의 무덤’으로 불리며 동물보호·환경단체 등으로부터 줄곧 지탄의 대상이 돼왔다.

울산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수족관 내 돌고래 폐사가 잇따르고 이슈화 되면서 결국 해양수산부가 지난 1월 ‘신규 수족관 내 돌고래 사육과 전시 금지’를 골자로 한 대책을 내놓았으나, 현재 수족관에 남아 있는 돌고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빠져 있어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핫핑크돌핀스 등 10개 동물보호·환경단체는 이와 관련 지난달 22일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남구청장 재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든 반드시 고래생태체험관에 감금된 큰돌고래 4마리를 즉각 방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구청장이 선출되고 나면 이 같은 동물보호·환경단체들의 목소리와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3명의 후보 중 김석겸 후보와 김진석 후보는 “당선되면 즉시 바다로 돌려보내겠다”고 했고, 서동욱 후보는 방류 문제는 정부 지침 등 종합적 검토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큰 맥락은 비슷해 보인다. 돌고래 방류 문제가 이슈화 되면서 일각에서는 바다쉼터 조성 후보지로 특정 지역이 거론되고 지자체장까지 유치 목소리를 내는 등 다소 섣부른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새로 임기가 시작되는 구청장이 돌고래 방류 방침을 세우더라도 바다쉼터 조성 및 운영에 막대한 사업비가 소요되는데다, 조성하더라도 돌고래가 적응해 제대로 살아갈지도 미지수다. 만일 돌고래가 적응을 하지 못하고 폐사한다면 방류자체의 적절성과 책임소재 등을 놓고 또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또한 쉼터를 조성한 뒤 돌고래를 방류하고 나면 이후 활용방안도 딱히 없다는 것도 문제다.

새 구청장은 여론 수렴과 충분한 검토 과정을 거쳐 보여주기 식의 정치적 판단이 아닌 진정으로 남은 4마리 돌고래의 생존과 고래생태체험관의 미래를 위한 솔로몬의 해법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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