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발전 미명아래 잠긴 암각화
정신적 문화가치 찾기 위해서는
내적인 가치 들여다볼 명상 필요

▲ 곽미자 춘해보건대학교 요가과 교수

중장년이면 울산의 이미지는 여전히 ‘공업도시’ ‘대한민국의 산업수도’에 머물러 있을 듯하다. 2022년 1월이면 울산이 공업지구로 지정, 공포한지 60주년이 된다.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이끌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흘린 땀과 노력이 헛되지 않게 울산 곳곳에서 새롭게 문화도시로 거듭나기를 꿈꾼다. 1961년에 공업지구로 지정되기 전에 울산은 조용한 어촌마을이었다고 한다. 산업수도의 이름을 걸고 죽어간 태화강의 물이 다시 살아나고 국가정원으로 되기까지의 60년이라는 세월이 사진 몇 장의 전시나 기념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공업도시 이전의 어촌마을의 삶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리하여 7000여년 전의 신석기 시대의 반구대 암각화를 만나야 한다.

요즘 광역 및 기초 지자체마다 문화도시 지정에 관심이 많다. 문화도시는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문화 창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역문화 진흥법에 따라 지정된 도시를 말한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먼저 문화도시 조성계획 승인을 받은 후 지자체에서 1년간 예비사업을 추진한 다음, 최종적으로 문화도시로 지정되고 지원받는다. 2019년 12월, 제1차 문화도시로 지정된 곳은 부산 영도구를 비롯하여 7곳이며, 2021년 1월, 제2차 문화도시로 지정된 곳은 인근 김해시를 비롯하여 5곳이다. 3차 예비 문화도시 조성계획 승인결과가 지난 12월에 발표되었지만 아쉽게도 울산시의 이름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제4차 문화도시 지정 신청 접수 계획공고가 났다고 하니 다시 새롭게 도전을 했으면 한다.

반구대 암각화의 연대기가 묘하게도 인도문화와 요가역사를 보면 베다시대와 유사하다. ‘베다본집’이라는 경전은 오늘날 인도사상과 요가사상, 인도인의 삶까지 이어지고 있다. 단절이 아니라 시간을 초월한 연속성을 가진 문화라는 관점에서 그 가치가 빛난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선사시대의 삶이 현대 문명사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찾아야한다.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다양한 고래와 고래잡이 문화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개인적으로 관심을 끄는 것은 뿔 모양의 나팔을 불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다. 여기서 역사학자는 제사장과 제사유적으로 유추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제사장의 제식행위로 상상해본다. 상상의 배경은 7000여년 전에 제식행위가 강조된 인도문화의 베다시대로 이어진다. 제사를 지내는 사제는 고도의 집중이 필요했으며, 여러 가지 제식행위의 절차를 기억해야하고 찬가를 불러야 했으므로 몸과 마음을 정화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것이 후대에 깨달음을 위한 수행법으로 자리 잡게 된다.

상상 속으로 보는 반구대 암각화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냥에서 무사하게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제사장의 모습은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집중하였을 것이라 본다. 7000여년 전의 신앙이 영적 문화로 이어지게 한 인도의 문화유산 중심에는 철학이 있었다. 고대 인도어인 산스크리트(범어)에는 철학이라는 단어는 없다고 한다. 다만 다르샤나(dharsana)라는 용어가 있다. 다르샤나는 그 의미가 바라봄을 나타낸다. 바라봄은 명상 또는 요가수련에서 핵심적인 원리다. 서구에서는 이를 마음챙김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는 분명 세계문화유산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울산의 시선은 달랐다. 반구대 암각화가 발견되기 전에 공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연댐의 물 수위 조절로 보낸 그동안의 시간들은 울산 공업도시의 민낯을 드러낸 것 같았다. 경제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선사인들의 정신문화가 물에 잠기는 안타까움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단순히 암각화의 규모, 높이 3m, 너비 10m가 아니라 신성한 곳을 찾아 새긴 정신적 문화가치를 문화도시로서 찾아야 한다. 한쪽으로 기우뚱해진 도시의 균형을 잡기 위해 내적인 문화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명상이 필요하다. 명상은 현재에 깨어있음으로서 시공간의 딱딱한 경계를 초월하는 것이다. 고대와 미래를 이어주는 그 중심에 명상하는 울산의 문화도시가 자리 잡아야 한다. 그리하여 반구대 암각화에서 명상의 가치를 찾고, 공업도시에서 명상의 필요성을 추구하고 미래의 창조적 도시로 연계성을 이어가야 한다. 곽미자 춘해보건대학교 요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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