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아파트 건립 소식만 연일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울산시 북구 염포·양정동의 도시재생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소식은 가뭄에 단비다. 염포·양정동의 도시재생사업은 6년 전에 시작됐다. 2015년 4월 염포동 신전시장에서 염포양정 도시재생활성화협의회가 발족하면서 도시재생 사업추진에 들어갔다. 하지만 본격화한 것은 2018년 염포·양정 도시재생 프로젝트인 ‘노사민의 어울림, 소금포 기억 되살리기’가 국토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지원(국비 50억원 지방비 50억원)을 받으면서 부터다.

염포·양정도시재생사업은 현대자동차와 연계해서 자동차테마로 조성, 염포의 중요한 역사자원인 소금포 역사관 조성, 신전시장 환경개선, 양정중앙로 가로환경 개선 등이 주요사업이다. 오는 6월 준공을 앞둔 소금포역사관 건립은 그 중 화룡점정이라 할만하다. 염포(鹽浦)는 소금밭(鹽田)이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35년 울산읍지에 따르면 울산전체 4만8150평(15만9173.55㎡)의 염전에서 1년에 26만1300근(약 15만6780㎏)을 구워내 당시 금액으로 5264원의 수입을 냈다. 울산이 1960년대 들어 공업도시로 변모하면서 수십 년 동안 까맣게 잊어버렸던 역사가 소금포역사관으로 되살아난 것은 정말 다행이다.

소금포역사관은 염포시장 인근(염포동 193번지 일원)에 지상 3층, 연면적 553.52㎡ 규모로 건립됐다. 1층은 소금포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자료관이다. 2층은 소금포 사람들의 생활상, 소금을 실어 나르던 소금배 모형, LED 조명으로 연출한 소금밭 등이 있다. 3층은 소금포의 이야기를 디지털 액자로 보여준다. 염포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되살려 놓은 셈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도시재생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 역량을 강화하고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여 경제적 사회적 물리적 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한마디로 도시 쇠퇴를 대비하는 것인데, 중요한 것은 공간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삶과 공동체 회복이다. 보여주기식으로 새로운 공간만 만들어놓고 관광객이 찾아오기를 기대하는 것으론 도시재생이 불가능하다. 돈을 들여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했다면 그 다음은 주민들이 스스로 살고 싶은 마을로 가꾸어나가야 한다. 그래서 소금포역사관의 준공은 염포·양정 도시재생의 시작일 뿐 완성이 될 수는 없다.

소금포역사관을 공동체 활성화의 거점으로 삼아 지속적으로 주민들의 참여가 이뤄질 때 비로소 도시재생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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