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연말이다. 또, 한해를 마무리하며 새해를 구상하는 이맘때면 의례히 송년회다, 망년회다 해서 각종 모임과 술자리가 질펀하게 이어지곤 한다. 저마다 송년의 분위기에 젖어 기분과 감정의 흥을 돋구기도 하고, 괴로워하기도 하는 이것이 바로 연말의 진풍경일 것이다.

 이 때 한번쯤 돌아볼 것이 있다. 바로, 노래방으로 대표되는 유흥문화에 대해서이다. 원래 우리 민족은 가무에 능한 민족이라 했던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한번쯤 노래방에서 기분을 내보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노래방은 이제 온 국민들의 대중문화 산실처럼 되었다. 그곳에서 삶의 무게와 애환을 달래며 혹은 마음껏 흥을 즐기는 공간으로 자리잡아 왔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노래방이 언제부터인가 퇴폐적이고 음성적인 유흥문화의 온상으로 전락되어 가정과 사회를 좀먹고 마침내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대된 양상이 되어 매우 우려할 상황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유흥업소 가운데 룸쌀롱 등에서나 가능했던 질펀한 접대문화가 요즈음엔 노래방에까지 침투되어 그야말로 광란의 장소로 변질되었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가정주부들이 노래방 도우미라는 명목으로 활동하는 아르바이트는 세칭 혼란한 이름의 쇼와 매춘의 형태로 진행되어 버렸고, 그야말로 잠깐 즐기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편으로 인식되어 도덕성과 윤리성은 고사하고 돈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웅변하는 것처럼 되어버린 형국이다.

 오래 전, 어린 동생들의 학비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혹은 늙은 부모님의 병구환을 위해 술집에서 일했던 호스테스들의 애환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게 될만큼, 그러한 생계형 접대 종사원이 아니라 요즈음엔 즐기기 위한 아르바이트처럼 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주부들의 노래방 진출은 자칫 불륜과 이혼, 가정파괴와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며, 순간의 쾌락과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사례가 너무나 많이 들려오고 있다.

 요즈음 식당 등에서는 여자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을 따는 만큼 어렵다고 한다. 많은 여자 일손들이 노래방으로 몰려갔기 때문이란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힘들게 식당 일을 하느니 차라리 즐기면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서 노래방을 선호하기 때문이란다. 이 지경이 되기까지 사회적 환경과 유인 요소가 무엇이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도덕적 윤리관이 심하게 흔들리고, 물질만능주위가 팽배하였고, 사회적으로는 여성의 지위향상과 역할이 증대하고, 성이 개방되는 등 사회·문화적으로 급격한 변화와 해체, 상실의 현상이 점증하였던 반면, 이에 대한 사회적 대응과 정화노력은 극히 미약하거나 방관자적 입장에서 방치되어왔다는 인식을 씻을 수 없다.

 정말이지 더 늦기전에 인간성을 회복하고 가정을 회복해야 한다고 본다. 건강한 사회는 건강한 개인과 가정에서 출발한다. 우리 조상들이 음주가무에 능했다는 것이 결코, 요즘과 같은 문란이 아니었을 것이다. 따라서 감히 외치건데 퇴폐적 노래방 문화를 바로 잡아야 한다. 더 이상 방치해서도 휩쓸려서도 안된다. 이용자와 업주, 감독관청 모두가 퇴폐적인 노래방 문화를 추방하는데 공동으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연말의 들뜬 분위기에 휩쓸려 잘못된 문화를 향유하기 보다는 차분하게 연말연시를 맞으며, 이웃을 돌아보고 훈훈한 인심을 나눌 수 있을 때 우리의 삶과 가정 그리고 사회는 더욱 밝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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