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가 저렴하고 탄소배출도 없어
원자력 매력적이지만 위험 부담
소형원자로 안전성·효율성 주목

▲ 송동석 (주)노바테크 대표이사 과기부 사회문제해결 민관협 위원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우리는 이제 전기에너지를 빼고는 살 수가 없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전기수요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발전량을 증가시켜 공급을 늘려야 한다. 국내의 발전원별 비중을 보면,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석탄발전, 가스발전이 66%, 원자력 발전이 26%, 태양광 발전과 풍력발전 등의 신재생에너지와 양수발전이 8%이다. 탄소배출이 많은 석탄과 가스 발전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에너지 확보를 위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의 평균온도가 무려 1℃나 올랐다. 최근 10년간의 온도상승은 더욱 가파르다. 지금보다 0.5℃가 더 오르면 빙하가 녹아내리고, 동토층에 묻혀있던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온실효과가 높은 메탄가스가 발생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러한 절박함이 2015년 체결된 유엔기후변화협약 결의의 배경이다.

지난해 10월28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정부는 이어 12월7일 ‘제2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통해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확정·발표했다. 전략의 목표는 탄소중립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 기로에서 능동적 대응을 통해 탄소중립과 경제성장, 국민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9년 기준 국내 경제의 제조업 비중은 28.4%로 16.4%인 EU, 11%인 미국보다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철강, 석유화학 등의 주력산업이 탄소 다배출 업종이다. 에너지원 구성 또한 석탄발전 비중이 2019년 기준 40.4%로 미국 24%, 일본 32%, 독일 30% 등 주요국보다 높으며 주요 선진국들보다 후발주자로 산업화가 진행돼 온실가스 정점 이후 탄소중립까지의 기간이 상대적으로 촉박하다.

탄소중립까지 이행해야 할 촉박한 일정에 저탄소화를 위한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은 가장 매력적인 대안이다. 에너지 단가도 저렴하고 탄소배출도 없다. 그러나 원자력은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10년 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공포감에 많은 국민들이 원자력발전 확대를 반대하고 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을 이야기 할 때 불을 다루는 것에 차이를 두곤 한다. 불은 동물들에게는 무서워서 피해야 하는 공포의 대상이다. 그러나 인간은 불을 피우고 다루는 기술을 발달시켜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음식을 익혀 먹으며 문명을 일으켜 왔다. 하지만 불은 우리에게 아직도 공포의 대상이기도 한다. 화재와 같은 상황은 우리를 위험에 빠트리고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이처럼 불을 쓰며 누리는 가치 만큼 위험은 상존하고 있다. 그러나 불을 쓰지 말고 살자는 사람은 없다. 실익이 커 위험요인에 대한 대응체계를 잘 갖추고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불 사용에서 힌트를 얻어보자. 큰 규모의 불보다 작은 규모의 불을 피워 관리하면 위험한 상황이 돼도 얼마든지 불을 줄이거나 끌 수 있지 않은가. 이처럼 원자력도 큰 규모의 대형원자로보다 작은 규모의 소형원자로를 이용하면 보다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로 전세계는 지금 소형원자로 개발을 위해 경쟁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하며 세계적으로 50개 모델이 개발되고 있다.

소형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는 원자로 냉각제 배관 파손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없어 일반 대형원전 대비 안전성이 높아 방사선 비상대피구역 반경이 30㎞ 대비 300m로 작다. 해안이 아닌 내륙에도 건설이 가능하며, 건설비용이 저렴하고 건설기간도 짧다는 장점이 있다. 전력 공급뿐 아니라 열 공급과 해수담수화 등이 가능한 시설이다. 송배전을 하지 않고 분산화된 에너지 공급원 역할을 할 수 있어 오지나 산업시설 등 필요한 곳에 쉽게 설치·운영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i-SMR 개발을 위해 향후 8년간 4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혁신 기술을 적용해 안전성과 경제성을 향상시킨 SMR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디지털트윈 등 IT기술을 접목하여 안전성을 높이고 자율운전, 원격운전 등이 가능하게 해 운영단가를 낮추어 경쟁력이 극대화된 SMR이 개발되기를 기대한다. 탄소중립에 능동적으로 대비하고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에너지 확보가 꼭 필요하다. 그 대안이 소형원자로에 있다.

송동석 (주)노바테크 대표이사 과기부 사회문제해결 민관협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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