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이 공공체육시설 관리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한다. 공공체육시설에 대한 적정 기준과 중장기 계획을 세워 미래 환경 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그 동안 울산지역 공공체육시설은 어디에 가도 똑같은, 천편일률적인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수십년 전에 만들어진 시설이나, 최근 만들어진 시설이나 똑같다. 이제는 공공체육시설의 변화가 있어야 할 시점이 왔다. 그런 면에서 공공체육시설 마스터플랜은 울주군 뿐만 아니라 중·남·동·북구에도 나름대로의 미래지향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공공체육시설은 물먹는 하마처럼 수백억원의 예산만 계속 낭비할 것이다.

울주군의 경우 면적이 넓어 12개 읍·면에 축구장과 체육공원이 산재해 있다. 12개 읍·면 가운데 인접한 두동·두서면만 화랑체육공원을 공동 사용하고 나머지 10개 읍·면은 모두 자체 체육공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 이들 읍·면들은 권역별 거점 문화·체육센터는 물론 소규모 실내 체육시설도 운영 중이다. 그러다 보니 체육시설을 유지·관리하는데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고 있다. 군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체육시설 유지·관리에 들어간 비용만 309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많은 예산은 새로 만드는 체육시설에 들어가고 있다.

공공체육시설이 이렇게 많이 만들어진 것은 체계적인 계획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체육시설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기다 기초단체장들의 치적쌓기도 한 몫 했다. 단체장들은 주민들의 턱없는 요구를 수용해 사람이 잘 안가는 산 중턱에까지 시설을 마구잡이로 설치했다. 이같은 시설들은 지금도 관리가 안돼 녹이 슬고 고장난 채로 방치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악화되고 있다. 공공체육시설은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이지만 거꾸로 주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는 밑빠진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에 울주군이 ‘울주군 공공체육시설 중장기 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한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공공체육시설에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체육시설에 대한 기준이나 중장기 계획은 전무했다. 군은 이번 용역을 통해 인구와 연령, 성별, 종목 등을 고려한 기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 중에서도 군민들의 초고령화와 청장년 귀농귀촌 인구 유입 등에 포커스를 맞춘 것은 매우 잘 한 일이다.

이제는 체육시설이 체육뿐만 아니라 레저, 관광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개념의 체육에서 한 걸음 나아가면 체육시설은 산업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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