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색 대부분인 우리나라 차량
따뜻한 색상의 차량 늘어난다면
각박한 운전환경 바뀌지 않을까

▲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차 색이 넘사시럽다. 검은색이 점잖지, 이게 뭐꼬.” 아들의 새 차를 본 어머니가 놀라며 한 말이다. ‘주황색이 밝고 활기찬 느낌을 주잖아요. 차가 멋진데요. 흑, 백, 회, 은색 등 차량의 색이 다 비슷비슷하고 어두운 색 행렬인데 비하면 개성 있고 참 좋습니더.’ 지나가던 난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우리나라의 차는 무채색이 대부분이다. 외국의 경우에는 ‘빨주노초파남’의 강렬한 원색의 차들이 도로를 질주한다. 활기차고 역동적인 느낌이다. 색은 기능적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흰색 가운은 의사를 대표하는데 오염물질이 묻었을 때 빠르게 발견할 수 있어 청결함 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의식주에 이르는 일상생활 환경에까지 색채는 인간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

색채에는 그 색이 주는 심리적 효과도 있다. 흰색이 균형과 평화를 상징하는 색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1950년대 붉은색은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을 촉진하고 푸른색은 부교감신경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이후, 컬러가 인체에 미치는 생리적인 영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여러 사실들이 밝혀졌다. 붉은색은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아드레날린은 호흡이 가빠지게 하며 혈압을 상승시키고 맥박수를 늘린다. 반면 파란색은 뇌를 안정시켜 침착함과 창의력을 높여 공부에 집중하게 하는 학습의 색이다. 집중력이 필요한 아이 방의 벽은 청색계통이 좋다.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다이어트를 한다면 식탁보는 코발트색이 어떨지.

초록색은 인체에 유익한 신진대사 작용을 일으킨다. 초록은 생기와 균형을 맞추게 도와주는 회복의 색이다. 갈색은 지지와 안정의 색으로 세로토닌의 합성을 촉진해 만성 피로를 완화시킨다. 그럼 우울한 마음을 치유하는데 좋은 색은? 따뜻한 계통의 색들을 가까이 하여 그 기운을 접하는 것이 좋다. 빨강은 동기를 부여하고 에너지를 북돋아 삶의 열정을 일으킨다. 노랑은 생기를 주며 낙관적이게 만든다. 분홍은 공감에 좋아 양육의 색이며 주황은 재미와 기쁨의 색, 보라는 자기성찰을 도와주는 영적각성의 색이다. 치료제 알약에 흰색이 많고 영양제에 갈색, 노란, 주황색이 많은 이유이다. 요즘처럼 마스크가 그 사람의 얼굴의 반을 차지하며 주요한 생활 환경이 된 때, 마스크의 색이 노랑과 분홍색이라면 참 신선하고 저절로 미소가 나오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인 봄이다. 겨울 숲이 봄이 되어 연두로 피어나는 것을 보면 생기가 나고 생명에 대한 경외감마저 든다. 새벽이슬을 머금은 함초롬한 노란 개나리와 손짓하듯 하늘거리는 분홍보라의 진달래, 어느 날 거리를 꽃대궐로 만든 벚꽃을 보며 해낙낙해진다. 이들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그 색이 주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자연이 주는 색채의 마술도 좋지만, 생활에서 색채의 효과를 활용하는 것은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지혜로운 컬러테라피가 될 것이다. 우울증에서 회복되기 시작하는 한 할머니가 새봄에 노랑과 주홍의 옷을 입고 진료실에 등장했다. 활짝 웃는 그녀의 얼굴과 더불어 그 색이 나 이제 밝아졌어요, 하고 말하고 있었다. “화사하고 최고로 아름다우세요!” 이 젊어진 환자는 늘어난 우울증 환자들에 지친 주치의를 치료해주었다.

도로 위 차가 무채색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마음을 안정시켜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을지 생각해보았는데 높은 사고율을 보면 그렇지도 않는 것 같다. 차라리 따뜻한 색이라면 서로 배려하며 온화해지게 해주어서 사고와 다툼이 많아 각박해진 우리의 운전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니, ‘원색의 차 색깔은 남사스럽지 않습니다.’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