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생식물 총 3827분류군
조경·원예시장 활용은 8.4%에 그쳐
야생화 활용·개발 잠재력 무궁무진

▲ 진혜영 국립수목원 정원연구센터장 태화강 정원박람회 조직위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벚꽃이 만발한 요즘 같은 봄날, 나도 모르게 맴도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다. 봄꽃은 잎보다 꽃이 먼저 피기 때문에 색감도 화사하고 향도 좋다.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와 풀을 야생화라 부른다. 물론 식물 전문가들은 자생식물, 토착식물, 특산식물, 귀화식물 등으로 체계적이고 엄격하게 구분한다지만, 대중적으로 넓게 보면 야생화라는 용어는 국내에 분포하는 자생식물(native plants)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자생식물은 정원식물 소재로 활용성이 높고 경제적 가치를 갖고 있다. 국내 정원산업 현황에서 보면, 식물 소재는 전체 산업의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정원 또는 원예 선진국은 식물의 원종을 기반으로 재배기술 연구나 품종 개량의 과정을 거쳐 크고 화려한 꽃을 더 오래볼 수 있도록 다양한 식물 품종을 만들고 수출한다.

국립수목원의 국가표준식물목록(http://www.nature.go.kr/kpni/index.do)에 의하면, 우리나라 자생식물은 총 3827분류군(2021년 4월 현재)이고 이 중에서 조달청 나라장터에 등록되어 조경이나 원예시장에 활용되는 것은 8.4%에 불과하다. 국내 시장은 여전히 외래 야생 꽃과 나무가 장악하고 있다. 아쉬운 부분이긴 하나 발상의 전환을 해보면 91.6%의 우리식물의 활용과 개발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긍정적인 해석을 할 수도 있다.

자생식물 중에서는 식용·약용·관상용·향료용으로 가치가 있는 유용식물이 1100종 정도로 보고된바 있다. 우리는 좁은 국토에 비해 다양한 식물종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생식물의 산업화는 해외 시장을 고려한다면 큰 산업화의 가능성이 있는 분야이다. 식물의 산업화란 식물이 조경·정원용, 화분·꽃(절화) 등의 형태로 판매된다는 뜻인데, 벌개미취·앵초·돌단풍·동의나물 등은 이미 국내에서 산업화에 성공한 식물이다. 벌개미취는 88올림픽을 전후로 길거리 화단 등에 본격적으로 심기 시작해서 지금은 가을철을 대표하는 정원식물, 조경식물이 되었고 산호수는 실내식물로 각광을 받아 화분으로만 연간 13억원 규모가 팔린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상품가치가 높은 야생화 신품종으로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까지 개척해 많은 로열티를 거둬들이면서 100억 이상의 매출과 지식재산권을 축적하는 기업이 있지만 임업·조경업·원예업의 업역에서 보면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식물시장은 지난 10년간 지속적인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 하천 주변 정비, 아파트 건설 등 조경 식재에 사용된 대규모 소품종의 식물에서 정원 붐과 더불어 소규모 다품종으로 수요가 바뀌고 있다. 또 우리 식물 재배와 품종화에 대한 요구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자생식물을 기반으로 관상가치가 높고 번식이 용이한 내환경성을 가진 새로운 종을 개발하거나, 번식기술과 개화조절 연구를 통해 연중 생산이 가능한 형태로 식물의 용도를 다양하게 해주는 즉, 시간과 예산이 많이 드는 연구개발을 국가와 공공기관이 견인할 필요가 있다. 또 국가정원 또는 지방정원들이 지역의 생산농가와 연계해 판로를 개척해주고 서로 윈윈하는 전략을 실천한다면, 자생식물 산업화는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사례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나 정읍의 구절초 정원에서 이미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작지만 팬지보다 제비꽃을, 조금 덜 화려하더라도 핑크뮬리보다 분홍바늘꽃과 같은 우리 야생화에 많은 관심을 두고 활용하려는 노력일 것이다. 진혜영 국립수목원 정원연구센터장 태화강 정원박람회 조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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