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 두 비엔날레’ 혈세·인력낭비 우려

▲ 일본 니가타현 에치고 츠마리 지역의 ‘대지의 예술제’.

천혜의 자연환경 고려한 문화행사
반영구적 미술품 현장서 제작
완성하는 과정 보여주는 행사

유사 사례는
韓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와
日 니가타현의 ‘대지의 예술제’

시, 2년전부터 국제비엔날레 추진
울산 관광활성화 기대도 있지만
중복 부작용 우려…조율 필요성

울주군이 새로운 도시 브랜딩 비전을 세우기 위해 울주만의 국제미술행사인 가칭 ‘울주국제비엔날레’를 추진하겠다고 12일 밝혔다.

이에 앞서 울산시는 2년 전부터 ‘디지털아트’를 중심으로 한 울산시립미술관 개관(2021년 12월)에 이어 ‘울산국제디지털아트비엔날레’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계획대로 성사된다면, 2년 내 울산에서 수억~수십억원 예산이 들어가는 국제미술행사가 동시에 추진되는 것이다. 도시품격과 관광활성에 도움이 된다지만, 일각에선 시·군간 의견조율 부재가 혈세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마치 울주가 주도해 7년 전 시작한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있지만, 울산시가 또다른 영화제인 울산국제영화제를 지난해부터 시작하는 과정에서 시·군간, 주민간 빚어진 갈등양상이 되풀이 될 가능성마저 제기된 상황이다.

‘울주국제비엔날레’는 울주문화재단이 제안한 아이템이다. 울주문화재단에 따르면 기획안의 출발은 울주의 자연환경을 고려한 새로운 문화행사를 만들자는데서 비롯됐다. 간월산과 신불산 등 영남알프스, 간절곶과 진하해변 등 해안선, 반구대암각화 등 대곡천, 울주지역 과수원과 들판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공공미술 혹은 창작예술의 배경으로 활용, 반영구적인 미술품을 현장에서 제작해 완성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행사다.

비슷한 국내 사례로는 충남 공주시에서 2년마다 열리는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가 있다. 연미산 계곡이나 인근 자연미술공원에 조각품을 상설 전시하고 수명이 다하면 계속 교체하는 예술행사다. 해외 사례로는 2000년 시작된 일본 에치고 츠마리 지역의 ‘대지의 예술제’가 대표적이다. 이 행사는 일본 니가타현 쓰난과 토오카마찌 두 지역에서 3년에 한 번 열리는 트리엔날레다. 조경전문가, 건축가, 미술작가들이 마을주민들과 들판에서 작품을 공동기획하고 제작해 판매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예술축제로 알려져 있다.

울주문화재단 관계자는 “울주의 도시 브랜딩 비전을 위한 세부행사 중 하나로 제안했다. 농촌지역에서 주로 시도하는 미술제 형태이며, 초창기 5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시작해 점점 규모를 늘려나가게 된다. 일본 대지 예술제의 경우 관광수익을 포함한 경제유발효과가 투자대비 10배라는 분석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울산시는 지난해 ‘울산국제디지털아트 비엔날레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마무리하면서 시범사업 개념의 프레 행사를 올해 안에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시범행사에 5억~7억원, 2년 뒤인 2023년 제1회 행사에 15억~17억원, 2025년 제2회 비엔날레에는 25억~27억원의 사업비 규모가 예상됐다.

울산지역 한 미술인 단체 대표는 이에 대해 “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문화행사들이 시도되고, 시민들이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다는 건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울주는 자연친화적인 생태환경 개념의 대지미술을, 울산시는 첨단과학과 예술의 조화를 모색하는 디지털아트를 내세우는 중이니 주제가 겹치지도 않는다. 독자적인 행사로 발전할 경우 그 수혜는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또다른 전시기획 전문가는 “한 도시에서 하나도 제대로 치러내기 어려운 대규모 ‘비엔날레’를 울산시와 울주군이 각각 비슷한 시기에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라며 “국내 비엔날레 양대산맥인 광주와 부산에서도 각각 하나의 비엔날레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한 도시 두 비엔날레’는 선의의 경쟁 보다 인력과 예산의 누수현상이 깊어지며 결과적으로는 부작용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며 “미술행사의 명칭변경과 개최시기 등을 놓고 시·군 간의 조율과 상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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