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내년 대선·지선 관심 고조
기존의 사고와 틀을 깨고 환골탈태
시민에 희망을 줄 신성의 탄생 기대

▲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 행정학

지역 선거였지만 전국적인 관심 속에서 진행된 보궐선거가 막을 내렸다. 세간의 관심은 벌써 내년에 있을 대선과 지방선거로 옮겨 가고 있다. 이 와중에 한 정치인이 언급한 ‘별의 순간’이 화제다. 독일어인 ‘Sternstunde’에서 비롯된 이 용어는 ‘결정적 순간’을 뜻한다. 권력을 꿈꾸는 사람들은 대중의 관심과 지지를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별의 순간’을 노리고 있다.

그런데 별의 순간은 자신의 역량이나 노력과는 무관한 우연한 사건에 의해 랜덤하게 오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별의 순간을 잡는 것에 못지않게 스스로 별이 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물론 그 순간을 파악하는 것도 역량이기는 하지만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자가 기회가 왔다고 단박에 별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울산에도 내년 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러 명의 인사들이 후보로 회자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이미 시민들에게 알려진 사람들이지만, 시민들은 참신한 새 인물의 등장도 기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별’이 되기 위해서는 우주에서 진짜 별이 탄생하는 과정을 염두에 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별은 우주의 성운(星雲)에서 탄생한다. 중력에 의해 가스입자들이 모여들고 수소가 핵융합 반응을 통해 빛과 열을 방출하면서 새로운 별이 탄생하는 것이다. 별 중에는 규모가 작고 빛도 약한 왜성(矮星, dwarf star)에 머무는 것이 압도적으로 많다.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빛을 내는 거성(巨星, giant star)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핵융합이 더욱 활발하게 전개되어야 한다.

정치영역의 별도 마찬가지이다. 시장이 되고 싶다고 나서기만 해서 ‘별’이 되는 것이 아니다. 별이 되려면 지지의 외연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시민들의 주목을 받는 거성이 되기 위해서는 핵융합을 거듭하는 별처럼 기존의 틀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참신한 시각으로 울산의 발전을 주도하는 새로운 별들이 많이 등장할수록 울산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밝은 빛을 내는 별들이 모두 새롭게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별 중에는 신성(新星, nova)이라는 것이 있다. 기존의 별 중에서 어느 날 갑자기 수만 배로 밝아지는 별이다. 주변에서 소멸하는 별로부터 수소를 공급받은 별이 핵융합 반응을 다시 일으켜 갑자기 엄청난 빛을 발하는 것이다. 지금 울산의 ‘별’이 되려는 사람들 중에는 이미 이런 저런 ‘별’을 경험한 사람들이 꽤 있다. 이들이 다시 울산의 별이 되려면 신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참고하기 바란다. 과거의 경력과 경험을 그대로 내세워서는 신성이 될 수 없다. 신성으로의 진화는 기존의 사고와 틀을 완전히 깨부수고 환골탈태를 거듭해서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때 가능한 것이다. 크게 변화한 시민들의 사고방식과 가치관, 더욱 복잡하고 다양해진 울산의 경제·사회적 분위기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지난 시절의 프레임을 고집한다면 그저 그런 왜성(矮星)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우리가 별을 보고 희망을 품는 것은 아마도 스스로 빛을 발하는 별의 자주적 속성 때문일 것이다. 별은 빛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런 별이 우리 은하계에 약 4000억 개가 있다고 한다. 내년 시장선거에서 울산에는 과연 몇 개의 별이 뜰 것인가? 이 중에는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행성(planet)이 마치 별인 척하며 등장하기도 할 것이고, 왜성으로 마감되는 별도 있을 것이다. 물론 외부적인 요소에 기대지 않고 오로지 스스로의 역량으로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비전을 제시하는 거성과 신성도 뜨기를 기대한다.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시장선거에서 뜨고 지는 울산의 별들의 진화과정을 함께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찰이 될 것이다. 모쪼록 거성과 신성이 많이 나타나서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의 가슴에 희망을 안겨주기 바란다.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 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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