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

한반도는 ‘호랑이의 땅’이라 불릴 만큼 호랑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오늘날 호랑이는 동물원 외에서는 볼 수 없지만 우리에게 꽤나 친숙한 동물이다. 어린 시절 수없이 들어온 단군신화부터 많은 구비문학에서 다양한 호랑이를 만나왔기 때문이다. 고분벽화에서는 신격화된 호랑이로, 조선시대 민화에서는 익살스러운 호랑이로, 시대에 따라 호랑이는 사람을 해치는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보은의 영물이나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호랑이에 대한 가장 오래된 역사 유적은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이다. 반구대 암각화에는 많은 동물들과 함께 호랑이도 여럿 새겨져 있다. 1920년대 이후 자취를 감추었지만 한반도 호랑이는 시베리아 호랑이 개체로 골격이 크고 줄무늬가 뚜렷한 종이다. 암각화에 새겨진 호랑이 또한 뚜렷한 줄무늬와 긴 꼬리, 둥근 머리 등 호랑이의 생태적 특징들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곧 도약할 듯 생동감 넘치는 호랑이와 그물에 걸린 호랑이까지 다양하다.

▲ 반구대암각화의 호랑이(한국의 암각화III, 암각화박물관)

한반도는 식생이 풍부하고 사슴이나 멧돼지 같은 동물들이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으로 먹이사슬에 따라 호랑이도 곳곳에서 서식했다. 호랑이는 내륙뿐만 아니라 저지대의 습지에도 서식했다. 암각화에 새겨진 호랑이 그림을 통해 한반도 동남부, 울산 지역에서 서식한 동물과 당시 생태환경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과거에는 호랑이를 산군(山君)이라 부르기도 했는데, 자연에서는 호랑이가 임금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호랑이는 덕과 힘을 가진 신성하고 영험하며 존중과 숭앙의 대상인 영물이라 여겨 예부터 경외시 했다. 신석기시대부터 호랑이는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쳤으며 공포와 경외의 대상으로 호랑이가 가지는 의미가 이때부터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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