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사로 본 실패의 경영학’ - 박종인 조선일보 기자 특강
조선망국사 제대로 알아야
일본 등 국제관계 성공 강조

▲ 지난 12일 CK아트홀에서 열린 경상일보 제11기 BCS 2강에서 박종인 조선일보 선임기자가 ‘한일관계사로 본 실패의 경영학’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4월14일’은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한 날이다. 이 날이 돌아오면 각종 일간지의 ‘오늘의 역사’란에 반드시 등장한다. 그렇게 시작된 7년 전쟁은 울산왜성에서 벌어진 마지막 전투로 종지부를 찍게됐다. 바로 도산성전투였다. 1597년 음력 12월23일. 3만 조명연합군이 가토 기요마사의 1만5000명 군사가 주둔했다는 울산왜성을 공격했다. 하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혼란을 틈탄 기요마사 부대가 성을 탈출해 일본으로 복귀하면서 임란은 종료됐다. 궁지에 몰려 승산이 없을 것 같던 왜군은 어떻게 버텨냈고, 조명연합군은 왜 그들을 완벽히 물리치지 못했을까.

<땅의 역사>의 저자인 박종인 조선일보 선임기자는 이같은 역사 속 상황 분석을 통해 위기와 기회에 대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임란이 끝난 뒤 200년이 지난 1748년, 조선통신사로 일본을 다녀왔던 조명채는 왜관에 있는 조선관리들이 뇌물을 받고 징비록, 고사촬요, 여지승람, 병학지남, 통문관지 등 우리의 서적을 왜인들에게 넘긴 것에 대해 국법을 두려워하지 않고 폐단이 이러하니 몹시 통분하다고 분개했다. ‘징비록’은 류성룡이 쓴 임진왜란 백서다. ‘고사촬요’는 조선관습 백과사전이고 ‘여지승람’은 조선지리서다. ‘병학지남’은 조선군사훈련서이고 ‘통문관지’는 조선의 외교실무서다.

박 선임기자는 “우리 책이 일본에 유통되는 사실에 분개할 게 아니라, 일본풍습백과가 조선에 없다는 사실에 분개했어야 한다. 조선지식인은 일본을 알려들지 않았다. 그 결과가 무엇이었나. 기울어진 조선은 결국 500년 역사를 송두리째 빼앗겼다. 정의가 언제나 이긴다면, 굳이 역사를 공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역사는 절대 그렇지 않았다. 찬란한 역사만 배울게 아니라, 실패사도 함께 배워야 한다. 조선망국사를 분석하지 않으면 우리는 똑같은 패턴으로 또다시 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역사는 자성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도구로 쓰여야 한다’는 것이다. 박 선임기자는 “2020년대 대한민국 국제관계사는 200년 전 조선의 국제관계사와 소름끼칠 정도로 똑같다”며 “부국강병을 하지않고, 공정한 기회와 분배를 보장하지 않은 그 시대의 집권층이 우리의 역사를 어떻게 실패로 몰아넣었는지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멈춰있는 고대 일본 역사에 숨결을 불어넣은 찬란한 문명국이었다. 오늘의 각성을 통해 그 상실했던 모든 것을 부활시킬 일만 남았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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