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모 현대청운중 교사

교사는 학생에게 모범이 되어야하기에 틀리면 타격이 매우 크다. 틀린 점을 빨리 알아채서 다음 시간에 정정해주면 그나마 낫다. 그런데 시험이라면 등에 땀이 난다. 오류를 발견 못한 채 시험 문제를 출제했다면 뒷감당이 안된다.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문제 오류가 발견되면 모두 맞다고 해주면 그만이었다.

교사가 방송으로 또는 수업시간에 ‘이 문제는 답이 둘 다 가능합니다. 그래서 ②번, ④번 모두 정답입니다. ②④번 동시에 체크한 학생도 정답입니다.’라든지 아예 정답이 없으면 “이 문제는 전원 정답처리 했습니다.” 선언에 환호성이 울려퍼졌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식으로 전원 정답처리 해줬다가 큰 일 난다. 문제에 중대한 오류가 발생하면 새로 출제해서 재시험 친다. 이러면 또 불만이 터져나온다. 100점이었는데 재시험으로 80점 받은 학생과 학부모가 가만히 있겠는가? 시험 관련하여 물의를 일으킨 교사에게 엄중한 징계가 내려올 정도로 시험의 중요성이 크다는 얘기이다.

교사의 달력을 보면 시험기간은 반드시 표시되어있다. 중요성이 큰 만큼 할 일 또한 많다. 시험범위 설정, 작년 시험문제 분석, 앞으로 남은 수업 시수 계산, 문제 출제 및 편집, 시중 문제집과의 중복 검토, 동료 교사와 교차검토, 수업 중에 더욱 말조심, 인쇄 의뢰, 인쇄 상태 확인, 반별 인원에 맞게 계수 등 신경 써야할 부분이 참 많다.

때로는 교사끼리 부딪히기도 한다. 의견 조율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잘못된 점을 발견해서 고치는 건 이견이 없지만, 문제 오류가 아닌 유형차이, 복수정답, 풀이과정 등으로 의견이 갈리면 참견, 고집, 실력, 비교, 나이, 경력 등 묵직하면서도 가시 돋친 말이 오가기도 한다. 필자의 학교 얘기는 절대로 아니다.

자신이 낸 문제는 오류가 거의 안 보인다. 연필을 잡고, 학생의 입장에서 문제를 풀어야 오류가 눈에 보인다.

이 때 조심해야하는 것이 분실 사고다. 한 장이라도 흘리면 눈물을 머금고 전량 폐기한다. 문제를 다시 내야하는데, 양질의 문제는 이미 다 폐기되어 새로 출제하자면 머리가 아프다.

시험 관련 흑역사는 평생 따라간다. 서울지역 중학교 입학시험 자연 18번 엿 재료 문제, 일명 ‘무즙 파동’, 세칭 ‘엿 먹어 사건’으로 문체부 차관과 서울 교육감이 옷 벗은 지 5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거론된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당시에는 웃음이 안 나오는 심각한 사건이었으리라.

필자도 지금 웃음이 안 나온다. 원고 마감기한, 시험문제 출제기간, 온갖 업무가 묘하게 맞물렸기 때문이다. 물론 웃음이 살짝 나올 때도 있다. 학생이 학원에서 받아온 작년 우리학교 시험문제를 열심히 풀고 있을 때다. 비웃는게 아니라 열심히 하는 그 학생이 기특하고, 학원 측의 센스에 감탄했다는 의미다.

김경모 현대청운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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