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민정 울산 울주군의원

오랜만에 친한 지인들과 태화강국가정원이 한 눈에 보이는 브런치카페에 들러 차를 마셨다.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후 눈에 띄게 아름다워지고 있는 그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차를 마시고 산책을 했다.

곳곳에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미니정원들이 보인다. 독특한 국내외 유명작가들의 작품이었다.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멋스러운 정원들. 주인공의 애틋한 감성을 뒷받침 해 주었던 예술작품이 어느샌가 우리 생활에 스며들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편안함, 정원은 로망을 품은 일상으로 우리 삶에 다가섰다.

2015년 7월21일은 ‘수목원, 정원의 조성에 관한 법안’이 통과되고 ‘정원진흥기본계획’이 수립된 날이다. 그 해를 기점으로 ‘정원’에 관한 국민의 인식에 큰 변화가 있었는데 주목할 만한 것은 국민의 여가선용에 대한 관점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을 기점으로 2014년과 2018년의 정원에 관련된 빅데이터 자료들이 흥미롭다. 먼저 키워드 별 분석 자료를 살펴보면 정원이 갖는 개념이 ‘공원, 나들이’에서 ‘카페, 꽃, 공간’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이 정원을 떠올릴 때 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기 보다는 ‘가깝고 흔한 장소’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두 번째 연령별 분석에서는 ‘아이’라는 키워드가 배 이상 증가했다. ‘힐링, 부모, 시간’에 관련된 키워드가 급상승하면서 정원의 이용연령 및 문화패턴의 변화가 읽혀진 것이다.

이것은 정원의 역할이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의 개념으로 바뀌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정원에 관련된 연관 검색어 변화 또한 두드러진다. ‘가꾸다, 꾸미다’라는 검색어 대신, ‘재미있다, 즐기다’ 등의 경험이 표현됐으며, ‘광활하다, 넓다’에서 ‘가득하다, 다채롭다’라는 검색어가 많아졌다.

정원의 규모보다는 ‘다양하고 아름다운 식물’에 대한 언급이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코로나19 재난상황의 장기화로 인한 새로운 삶의 형태를 예고한다.

정원산업을 다음 세대를 위한 친환경 신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중앙정부차원의 정원진흥기본계획 수립이 이루어지고 울산시 또한 ‘시민 삶 속 정원의 생활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현 시점에, 필자는 기초지자체에서도 이 행보에 동참할 것을 제안한다.

정부는 ‘정원산업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약 13조1000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문화관광산업 융성에 따른 막대한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에너지, 기후변화 그리고 국민건강증진에 따른 사회적 가치 창출은 더욱 주목해야 할 내용이다.

미세먼지에 취약한 청소년과 노인층이 밀집한 주택가의 낡은 어린이공원을 정원으로 리모델링하여 주민에게 돌려주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보자.

울주군만 해도 172개의 도시공원 중 주택가 주변에 형성된 어린이공원은 92개에 달한다. 큰 나무 몇 그루와 벤치 그리고 빛바랜 유아용 미끄럼틀이 전부인 낡은 어린이공원은 이미 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공원에 정원을 조성하여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자. 낡은 주택가를 쾌적하게 정비할 수 있음은 물론, 삭막한 일상과 주차난 등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은 정원 속에서 육체적, 심리적 치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도심 속 정원’으로 새로운 일상을. 트랜드를 넘어 신성장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정원문화의 올바른 확산을 통해 주민의 건강증진은 물론 도시의 녹색생태계를 회복시키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경민정 울산 울주군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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