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성파스님 주도로
3년여 기간동안 작품 제작
겹겹 쌓은 삼베에 자개 조각
24일부터 물웅덩이 넣어 전시

▲ 옻칠과 자개공법으로 제작한 천전리 각석.

세계문화유산 영축총림 통도사(방장 성파·주지 현문)에서 세계유산 등재를 앞둔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을 주제로 대규모 야외 작품전시회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성파 방장 스님이 주도해 옻칠과 자개 공법으로 완성한 2개의 대형 작품을 대중에 공개하는 행사다. 준비 기간만 무려 3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두 작품은 울산시 울주군 대곡천 일원의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을 실물 크기로 만든 것이다. 특이한 점은 심혈을 기울여 어렵사리 완성한 두 작품을 실내에서 안전하게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야외 마당에 땅을 파고 물을 채운 뒤 그 속에 두 작품을 넣어서 보여주는 수중전시로 진행된다.

작품 제작은 통도사 서운암의 대형 작업장에서 진행돼 왔다. 공정은 두 작품의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는 과정을 지나고 있다. 현재 작업장 바닥에 수평으로 눕혀져 장인들의 마지막 손길로 다듬어 지는 중이다. 불필요한 요철감을 없애고 광택을 더해 문양의 색감이 제대로 드러나도록 마무리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 작품의 크기는 세로 4m, 가로 7m 크기다. ‘천전리 각석’은 세로 3m, 가로는 9m에 이른다.

작품의 바탕이 된 새까만 칠판은 전통 방식으로 직조 된 두꺼운 삼베를 겹겹이 쌓아서 만든 것이다. 한 장씩 올려 질 때마다 옻칠을 칠해가며 빈틈없이 붙였다. 그렇게 쌓고 칠하는 과정을 일곱 번이나 거듭했다. 옻칠 기법의 특성상 칠판은 물을 먹지도 않고, 좀이나 벌레로부터도 안전하다.

옻칠한 표면이 완성된 뒤에는 얇게 간 조개껍데기를 여러 가지 형태로 오려내어 박아 넣는 나전칠기 공법이 이어졌다. 익히 알려진 반구대 암각화의 고래와 호랑이, 선사인과 그물망 등 온갖 바위그림은 휘황찬란한 색상의 자개 조각들을 하나씩 하나씩 붙여서 만들었다. 천전리 각석의 기하학 무늬나 문자 역시 마찬가지다. 새까만 칠판 위에 뿌려진 듯 보이는 자개 조각들은 작품 둘레를 이동하며 바라보는 각도를 달리 할 때마다 오만가지 다른 빛을 뿜어낸다.

▲ 옻칠과 자개공법으로 제작한 반구대 암각화.

성파 스님은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은 옻칠 공예를 시작했을 때부터 염두에 뒀던 작업이다. 수년에 걸쳐 여러 사람 힘을 모아 완성했으니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봐야 할 때가 됐다”고 했다. 이어 “이런 어려운 작업을 왜 하느냐고 묻는데, 사실 힘든 건 없었다. 선사인이 남겨놓은 문양을 그대로 가져왔으니 힘들여 창작을 한 게 아니다. 조상들이 전해 준 세계 제일의 나전칠기 공법이 있었으니, 그 또한 따라만 했을 뿐 어려울 게 무어냐”고 했다. 또한 “선사인은 바위에 그림을 그렸지만, 우리는 새까만 칠판을 우주라고 생각하고, 그 우주에 수만가지 빛나는 그림을 띄웠다”고 했다. 다만 “물 속에 들어갔느니, 건져야 하느니, 바위그림을 지키자고 말은 많은데 수십년을 그냥 흘려 보낸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서 어렵사리 완성한 작품 역시 물 속에 푹 담궈서 보여주자 마음 먹었다”고 덧붙였다.

서운암 장경각 마당에서는 현재 물웅덩이를 파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크기와 무게가 만만치않은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 두 작품은 수행자들의 힘을 모아 오는 21일 장경각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후 물 속에 넣어 고정하는 작업을 거친 뒤 오는 24일 일반에 공개된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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