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인규 울산시장애인총연합회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기승을 부리는 요즘이다. 방역의 최일선 현장에서 수고하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잠잠해질만 하면 다시금 고개를 드는 지긋지긋한 미증유의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지쳐 방심하는 사이에 다시 확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장애계에서도 작년까지는 장애인 확진자가 없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새해벽두부터 발생하더니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더욱 취약한 신장장애인 두 명이 손써볼 새도 없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이렇듯 신종코로나는 장애인들에게 상대적으로 더욱 큰 고통을 안겨준다. 다니던 직장이 어려워져 1순위로 해고되거나 어렵게 유지하던 생업의 일감이 줄어 소득이 반토막 나는건 비일비재했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가정은 복지시설이 폐쇄돼 어쩔 수 없이 소득감소를 감수하고 부모중 한명이 자녀를 돌봐야하는 등 딱한 사정을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장애인가정이 부지기수다.

전염병 공포에도 어김없이 시간은 흘러 장애인의 날(4월20일)을 맞게 되었다. 장애인총연합회는 그동안 대규모 기념행사를 해오다 지난해부터 100명 이하의 간소화된 기념식을 해왔다. 올해에는 총 14개 단체와 시설에서 방역지침을 지키며 소규모 부대행사를 별도로 하게 돼 그나마 작년보다는 많은 장애인들이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하루만 주목받는 장애인의 날을 ‘차별철폐의 날’로 규정하고 참여하지 않는 진보적인 장애인단체도 있지만 하루라도 진지하게 장애인의 삶을 조명해보는 뜻 깊은 법정기념일인 것이다.

올해도 장애인단체가 중심이 돼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등 장애인단체는 기존의 복지기관들만으로는 감당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의 문제해결을 위해, 권익옹호와 복지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울산지역 장애인단체는 법정 장애유형 분류에 따른 유형별 장애인단체인 시각, 농아(청각), 신장, 지적발달, 지체, 뇌병변장애인협회 그리고 이들 단체의 연합체인 장애인총연합회, 기타 산재장애인협회, 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장애인부모회 등 직능별 단체와 복지기관들인 장애인복지관, 직업재활, 주간보호, 장애인복지(거주)시설협회등으로 크게 구분된다.

이들 단체 중에는 별도로 장애인차별연대를 조직해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탈시설화를 꾸준히 주장하며 장애인들의 권익옹호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하는 단체도 있다. 저마다 조금씩 방법은 다르지만 모두가 울산지역 장애인이 살맛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목적은 매한가지이다. 하지만 장애인단체가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며 사분오열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걱정어린 시선 또한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장애유형간 복지서비스 수준의 뚜렷한 편차가 존재하고 타 장애유형과 단체에 대한 이해부족, 수행인력과 재정상태가 열악한 장애인단체의 여건 등 한목소리를 내기 위한 선결조건이 해결되지 못한 현장의 다양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당장 눈앞에 놓인 현안 챙기기에 여념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울산시에서는 코로나 상황의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장애인복지 예산만큼은 20% 가까이 증액해 약자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전히 열악한 분야가 있지만 주어진 예산을 좀 더 효과적으로 배분하고 지원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이러한 현장의 어려움과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헤아려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문현답, 원래의 의미보다는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의미의 줄임말로 재해석해 경영쪽에서 주로 쓰는 말이지만 장애인 활동가 사이에서도 자주 회자되는 말이다. 현장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에 좀 더 귀기울이기 위해 장애인총연합회 차원의 정책위원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기에 이를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광주시 ‘장애인종합지원센터’와 같은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생기길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소망해본다. 오인규 울산시장애인총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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