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국립산업기술박물관(국립산박) 건립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만시지탄이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해내야 한다. 우리나라 산업화 1세대들이 작고함에 따라 시간이 흐를수록 중요한 사료들을 확보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엔 산업통산자원부가 울산시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는데서 성공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립산박 건립은 애초에 산업부가 계획했던 사업이긴 하지만 서울이 아닌 울산에 건립하는 것으로 변경되면서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았다. 지지난해엔 산업부가 산업기술박물관 건립을 포기했다고 울산시에 통보하기도 했다. 그런데 울산시에 따르면 산업부가 기존의 박물관과 완전히 차별된 콘셉트로 선진국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산업박물관을 건립하겠다는데 울산시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고 한다. 사업추진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정부의 의지다. 규모에 대해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산업부와 협의를 하고 있다는 것도 바람직하다.

국립산박에 있어 규모는 곧 성공가능성이기 때문이다. 건축규모도 커야 하겠지만 추후 증설까지 예상해서 부지는 넓을수록 좋다. 박물관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전국의 각 시도마다 있는 국립역사박물관과는 애초에 차원을 달리 한다. 내국인들을 불러들이는 관광자원도 아니다. 전후 세계에서 유래 없는 산업발전을 이룩한 한국의 산업역사를 세계 개발도상국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선진국들에게도 세계 일류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산업을 살펴보고 미래 첨단 산업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동기도 제공하려면 평범한 규모로는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것은 물론 세계 최대가 되지 않으면 결코 외국인들의 주목을 끌 수가 없다. 2013년 9월13일 정부가 용산에 건립하겠다고 발표한 규모는 20만㎡이고 예산은 1조2000억원이다. 울산으로 건립지가 바뀌면서 10분의1 가량(1865억원)으로 줄어든 예산과 절반(10만㎡)으로 줄어든 규모를 새삼 다시 기준으로 삼을 이유도 없다. 울산시가 국립산박 대체시설로 추진하던 산업문화공간이나 과학관 등도 아예 재거론해서는 안될 것이다.

울산시와 산업부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통과를 가장 큰 난제로 꼽고 있는 모양인데, 경제성 중심으로 기준이 만들어져 있는 예타를 통과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기준을 조금 바꿔 예타를 통과시킨다면서 규모를 줄이다보면 죽도 밥도 안 된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추진 중인 동남권메가시티의 사업으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서 예타를 면제하는 것만이 방법이다. 규모와 콘텐츠 역시 동남권메가시티에 걸맞아야 한다. 부산·울산·경남이 힘을 모으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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