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정복과 군림 대상으로 본
인간의 이기심 생태계 파괴 불러
지구환경 급변, 위협으로 돌아와

▲ 허황 울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

지구상에는 약 150만 종의 동물, 식물 그리고 미생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 되어 있다. 앞으로 생물학의 발달로, 지구상의 모든 생물종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면, 약 1000만 종의 생물종이 지구상에 살고 있음이 확인·조사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수많은 종은 끊임없이 새로 생성되기도 하고 없어지면서 평형을 이루고 있다. 다양한 생물종에 의한 생태계의 평형유지 메커니즘은 지금까지 완전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하나의 안정된 생태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가 평형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들을 구성하는 생물종이 많을수록 안정된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다.

다양하고 안정된 생태계는 환경의 변화요인에도 잘 적응해 나가지만, 생물종이 적은 생태계는 환경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해 결국 회복할 수 없는 생태계 파괴에 이르게 된다.

생물종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인류의 식량이나 의약품을 공급할 수 있는 생물자원 즉 유전자 공급원으로서의 중요성을 의미한다.

육종을 통해 길들여진 농작물은 온도 변화에 예민하다. 연평균 온도가 2℃ 정도만 변화해도 거의 살 수가 없다. 이로 인한 식량부족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 된다. 이때 새로운 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야생종 유전자를 이용해야 하는데, 다양한 야생종을 가지고 있는 것은 미래의 식량개발에 유리한 것이다.

지금도 세계 도처에서는 개발을 위해 삼림을 베어내고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등 생물종이 사라지는 일이 빈번해 지고 있다. 지금까지 미처 조사되지 않은 수십만 종(식물과 곤충, 작은 동물 등)이 멸종되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러한 멸종화는 동물보다 식물이 더 심각하다. 식물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2000년 현재 15~25%의 식물종이 멸종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인류의 생존에 대한 위기로까지 인식하며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에 1992년 브라질 ‘리우회의’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156개국이 ‘생물 다양성 협약’을 채택, 서명했다. 그러나 선진국은 유전공학기술 및 신물질에 대한 독점적 지적소유권을 주장하고, 개발도상국들은 영토 내 존재하는 다양한 생물자원에 대한 배타적 독점권을 주장하면서 이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서 쉽게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인간은 이기심을 버려야 한다. 또한 지나친 소비생활은 막대한 에너지와 다량의 폐기물을 생성시킨다. 과학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는 어리석은 과학기술 만능주의를 버려야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Jones Lovelock의 ‘가이아 가설(Gaia’s Hypothesis; Gaia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땅의 여신)’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는 “생물체들은 환경에 단순히 수동적으로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적극적으로 환경을 개조시켜 왔다”라고 했다. 그러나 인간의 빠른 변화에 생물종이 적응할 시간도, 방법도 마련해주지 못한 채 결국 인간 자신도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위협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식물과 동물은 그들이 견뎌낼 수 있는 기후와 환경조건 때문에 생태권 내에서 서식지 제한을 받는다. 그러나 인간은 넓은 적소(ecological niches)를 점유하고 있다.

일반적인 종의 적소를 인간 위주의 적소로 전환시킴으로써, 인간은 적소의 독과점을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인간 활동은 결국 물질 순환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야생 동·식물은 인간에게 무한한 물질적, 정신적 자원의 보고로서, 인류의 영속에 기여하고 있다. 야생 동·식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자연속에서 생을 누리며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다. 이러한 관점은 동양의 동등 자연관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서 서양의 정복관과는 다르다. 동양의 자연관은 -인간이 자연과는 별개의 존재로서 자연을 정복하고 그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보면서 자연과의 조화를 보다 중요시 한다는 것이다. 허황 울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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