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한성 송정초 교사

역사학자인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가 저술한 <호모 루덴스>에 따르면 인류에게 규정된 문화가 생기기 전부터 놀이는 하나의 원형으로 존재했다. 하위징아는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자신을 왕자, 아버지, 마녀, 호랑이 등의 가상 이미지로 변화시키면서 상상력이 충만해진다고 보았다. 놀이를 통해 아이는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신비로운 가상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혁신 혹은 문화의 주축인 창의력은 바로 놀이에서 길러질 수 있다. 구글 본사가 창의력 향상을 위해 일과 놀이의 경계를 무너뜨린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울산시교육청에서도 건전한 놀이문화 형성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유아를 위해 실내놀이 중심인 ‘꿈자람 놀이터’ 재건축, 초등학생들이 제작단계부터 참여한 ‘참 좋은 놀이터’ 조성, 건축과 놀이를 연계한 공간혁신 프로젝트 연수 등 놀이공간 재구성을 시도하였다. 안전한 놀이공간 확보를 위해 사용하지 않는 운동장 공간을 놀이공간으로 정비하거나 운동장 여유공간에 사방치기, 8자 놀이판 등을 그리기도 했다.

현재는 코로나의 확산으로 제약이 있지만, 아이들에게 충분한 놀이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초등학교에 놀이 시간을 확보하도록 했다. 또 다양한 놀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교수학습 활동이나 교내행사에 놀이 프로그램을 반영했다. 놀이 연수나 교사 놀이연구회를 지원한 것은 물론이다.

교실에서 교사와 가위바위보 게임만 해도 좋아하는 것이 아이들이다. 다양한 놀이를 교실에 적용하고 싶었던 차에 필자가 도움을 받은 부분은 놀이중심 학습프로그램인 ‘학교야 놀자’ 책자였다. 일상 속에서 간단하게 해볼 수 있는 놀이부터 운동장에 나가서 하는 놀이까지 자세히 안내되어 있었다. 간단한 놀이부터 적용해보았는데,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지면서 학교폭력예방 효과까지도 생겼다.

코로나 확산으로 원격수업이 시행되면서 원격수업에 놀이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도 교사들의 고민이었다. 필자도 참참참, 찌개 박수, 텔레파시와 같은 간단한 놀이부터 퀴즈로 풀어보는 순발력 놀이까지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다. 초등학생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강의식 수업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놀이를 즐기는 것 자체가 유희하는 인간의 본질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물론 학생들의 반응은 등교수업 때 못지않게 좋았다.

민속학자인 편해문이 저술한 <어린이 민속과 놀이문화>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이들의 위치를 문화의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어른들이 만들어준 보드 게임류의 놀이가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창조한 놀이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놀이는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게임과는 다르다. 아이들은 스스로 놀이를 만들 때 문화 창조의 주체자로 거듭날 수 있다. 직장 생활로 바쁘겠지만 가정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노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한다. 함께 하는 놀이를 통해 창의성을 갖춘 아이로 성장시키는 것은 물론, 가족이 애정과 유대감을 나누며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윤한성 송정초 교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