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총 부채 18조6449억원…부채가 자산규모 넘어서
이명박 정부때 무리한 해외자원개발사업 실패가 원인
국내 대륙붕 시추·해상풍력 등 자구책에도 갈길 멀어

▲ 자료사진

한국석유공사의 부채가 자산 규모를 넘어서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석유공사가 외자도입, 은행차입금 등 외부에서 차입형식으로 조달하는 차입금 의존도(이자부담부채/총자산)는 83%에 달하며 이자 비용만 연간 4000억원이 넘는다.

2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석유공사의 지난해 총부채 규모는 18조6449억원으로, 전년보다 5139억원 더 증가했다.

 

반면 자산은 이 기간 18조6618억원에서 17조540억원으로 1조1578억원 감소했다. 부채가 자산 규모를 넘어서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이다.

석유공사는 부실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경영정상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다.

석유공사 부채는 2006년 3조5억원대에 불과했으나 무분별한 해외투자로 2011년 20조원을 돌파했다. 자산 매각 등으로 2017~2018년에는 17조원대로 줄었다가 2019년 18조1000억원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결국 자산 규모를 넘어섰다.

이자를 부담하는 부채는 14조6685억원으로, 연간 이자 부담은 4000억원이 넘는다.

석유공사가 부채의 늪에 빠진 데는 4조8000억원이 투입된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 인수, 1조원가량이 투입된 이라크 쿠르드 유전-사회간접자본(SOC) 연계 사업 등 이명박 정부 시절 차입에 의존해 무리하게 벌였던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실패한 탓이다.

석유공사는 “해외 석유 매장량 확보를 위해 해외 석유개발기업 인수합병(M&A)과 자산인수를 확대하면서 이를 위한 외부차입이 증가해 2008년 이후 이자 부담 부채가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코로나발 유가 하락에도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두바이유 가격은 연평균 배럴당 42.29달러로, 전년(63.53달러)보다 33% 떨어지면서, 과거 배럴당 80~100달러대 샀던 해외유전 등의 자산가치도 곤두박질쳤다.

석유공사는 빚더미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실 자회사 매각, 우량 자산 매각, 인력 구조조정 등 자구책에 나서고 있다.올 초에는 페루 석유회사 사비아페루 지주회사(OIG) 지분 50%를 전량 매각했다.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 등 비우량 자산 매각도 추진 중이다.

석유공사는 국내 대륙붕 시추와 해상풍력 사업에 큰 희망을 걸고 있다. 공사는 오는 6월부터 대륙붕 유망 지역 내 탐사 시추를 목표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22년 생산이 종료되는 동해 가스전 시설을 활용해 부유식 해상 풍력 발전사업도 추진중이다.

하지만, 석유공사의 재무구조 개선은 단시간에는 해소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공사의 ‘2020~2024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공사 부채는 2024년에도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석유공사는 지난 2017년 유동성 부족으로 코람코에 2200억원에 매각한 울산 본사 사옥을 재매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공사 관계자는 “매년 85억2700만원씩의 많은 임대료를 주고 빌려 쓰기보다 재매입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와 현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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